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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이의 초등학교 첫 소풍이 있었다. 요즘은 소풍을 소풍이라 하지 않고 ‘현장체험학습’이라 부른다는데, 명칭 말고도 낯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준비물 1인용 돗자리부터 그러했다. 돗자리라는 게 뭔가. 여럿이 한데 모여 앉으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1인용이라니, 마치 ‘동그란 네모’처럼 두 단어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가. 설마 100여명의 어린이들이 체스판의 말들처럼 각자 1인용 돗자리에 앉아 얌전히 자기 도시락만 먹어야 한다는 것일까. 미심쩍어하며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더니 더욱 놀랍게도 당장 배송되는 상품이 수십 종이었다. 나만 몰랐을 뿐 세상은 이미 1인용 돗자리에 익숙한 모양이었다.

그 밖에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준비물들을 다 챙겨 아이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운동장에 도열한 대형 버스들 또한 낯설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을 소풍이면 가을 정취를 느끼며 목적지까지 걸어가야지, 무슨 당일치기 소풍을 차창이 시커멓게 틴팅된 버스를 타고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며 한 시간이나 가는가. 부모들 생각은 다 비슷한지, 옆에 있던 한 엄마가 일행에게 요즘 소풍이 옛날과 참 다르지 않으냐 물었다. 그러게요. 맞아요. 이러니 우리가 옛날 사람인 거죠. 다들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경찰관이 직접 운전기사들의 음주 측정을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문득 요즘 소풍이 옛날과 다른 이유의 핵심은 ‘디테일’이구나 싶었다. 소풍을 일주일 앞두었을 때부터 학교에서 아이를 소풍 보낼지 여부, 아이의 식품 알레르기 여부, 장거리 차량 탑승 가능 여부, 지병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인을 개인으로 존중하는, 타인에게 피해 줄 일을 최소화하는, 지금 학부모 세대의 소풍에서는 미처 고려되지 못했던 디테일이었다.

마침내 버스가 출발했다. 교문 앞에 모여 있던 엄마들이 이제야 한숨 돌린다는 시늉을 했다. 새벽 다섯 시부터 김밥을 쌌네, 샌드위치를 만들었네, 쿠키를 구웠네 하고 푸념하면서도 하나같이 웃는 얼굴이었다. 아이를 감동시키려 도시락에 몰래 편지를 넣었다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한 엄마는 소풍빔으로 옷과 운동화를 새로 사주었다고 해서 모두의 감탄과 함께 장난기 어린 빈축을 샀다. 요즘 소풍이 옛날과 다르기는 다르다. 그러나 디테일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부모나 아이나 들뜨게 만든다는 것.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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