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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사퇴에 바이든 "미국에 영향 끼칠 일 아냐"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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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21 11:24:30 수정 : 2022-10-21 14: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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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좋은 파트너였다" 언급… 차가운 태도
감세정책 강행 후 철회에 '실수'란 표현 쓰기도
'美에서 가장 존재감 없었던 英 총리' 기억될 듯

“그는 좋은 파트너였어요(She was a good partner).”

 

취임 후 44일 된 영국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 발표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단출했다. 백악관이 내놓은 성명에도 오랫동안 관행처럼 쓰인 ‘특수관계’(Special Relationship)란 표현은 빠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 총리와 루스벨트 대통령이 두터운 우정을 쌓은 이래 영·미관계를 상징해 온 용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지방 일정 소화를 위해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과 짧은 문답을 나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사임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글쎄, 뭐 그건 그가 결정할 일”(Well, that’s for her to decide)이라고 답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러스 총리를 “좋은 파트너였다”고 두 차례 언급한 것 말고는 ‘안타깝다’거나 ‘아쉽다’는 뉘앙스의 표현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영국이 겪는 정치적·경제적 혼란이 미국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단호하게 “아니다. 나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트러스 총리가 그만두든 말든, 또 장차 영국이 어떻게 되든 미국에 끼치는 영향은 지극히 미미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이 내놓은 공식 성명도 차갑기 그지없었다. 영·미관계를 “강력한 동맹이자 오래된 친구”(strong Allies and enduring friends)로 규정했을 뿐 예전의 ‘특수관계’라는 문구는 생략됐다. 백악관은 “트러스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작업 등에서 보여준 파트너십에 감사한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일 말고는 딱히 떠올릴 만한 업적이 없다는 뜻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언론을 상대로 사임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트러스 총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냉담함은 최근 영국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세정책 추진을 강행했을 때, 그리고 파운드화 급락 등 후폭풍에 떠밀려 감세안을 철회했을 때 이미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금을 낮춘 트러스 총리의 결정이 ‘실수’(mistake)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것이 영국 경제에 미친 악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어찌 보면 외교적 결례에 해당할 수도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영국 정부와 의회, 언론 모두 충격을 받았다.

 

사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당시부터 미국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총리가 되기 전에 외교장관을 지냈다고는 하지만 미국 정가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생소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여당인 민주당 인사들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약간의 극우 색채까지 지닌 트러스 총리에 부정적 인식을 내보였고 이는 ‘홀대’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 9월 트러스 총리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처음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과 짧은 정상회담을 갖긴 했으나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등 전임자들과 달리 백악관 초대를 받지 못했다. 당시 일부 외신은 “트러스 총리에 대한 미국의 푸대접에 영국 외교관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임기가 워낙 짧기도 했지만 트러스 총리는 앞으로도 ‘미국에서 가장 존재감 없었던 영국 총리’로 기억될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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