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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체화하는 월북몰이 정황… 檢 성역 없이 진실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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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16 22:57:31 수정 : 2022-10-16 22: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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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짜맞추기식으로 ‘월북’으로 단정하고 여러 증거를 은폐·왜곡했다는 정황이 감사원 감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 정부는 고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보다 중국 어선에 먼저 발견된 정황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이씨가 입고 있던 한자(漢字) 적힌 구명조끼가 이 중국 어선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지만, 문 정부는 이를 숨겼다. 당시 이씨가 표류한 해역을 지난 선박은 이 중국 어선뿐이었다는 사실을 국방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씨가 중국 어선에서 구명조끼를 얻었다면 애당초 구명조끼 없이 바다에 빠진 게 돼, ‘의도적 월북’이 아닌 ‘우발적 추락’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2020년 9월 28일 전남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항해사)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인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월23일 오전 8시30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오전 10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이씨의 자진 월북 근거 네 가지를 전달한다. 그 중 한 가지가 구명조끼로, 해경 조사 결과 어업지도선의 구명조끼 수량은 변함이 없었다. 선박 폐쇄회로(CC)TV에서 발견된 슬리퍼가 이씨 소유라는 어떤 증거도 없고, 이씨가 부유물을 타고 있었지만 선박 안에서 부유물로 쓰일 만한 물건이 없어진 것은 없었다. 결국 네 가지 월북 근거 중 세 가지가 거짓이고, 나머지 한 가지도 과장된 내용이라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9월23일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의 월북으로 가닥을 잡고 국방부 등에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라’는 방침까지 내려보냈다. 그 직후인 새벽에 서욱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은 담당자들을 불러내 각각 관련 문서 60건과 46건, 모두 106건을 폐기하게 했다고 한다.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범죄 행위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는 국민 구조 조치를 내리기는커녕 증거를 은폐하고 월북으로 몰아붙여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만큼, 검찰은 성역 없이 수사해 진실을 파헤치고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 이런 중대 사안을 청와대 참모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했을 리가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검찰의 엄정한 자세도 필요하다. 여야가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는 만큼 객관적 실증 조사를 바탕으로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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