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 근접비행도 다반사
“합의 유지 재검토” 목소리 분출

북한의 도발이 끝 간 데 없다. 어제 남북 간 동·서해 해상완충구역에 포격을 감행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어제 오전 1시20분부터 5분간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등을 동원한 130여발의 포격을 퍼부은 데 이어 2시57분부터 10분간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40여발의 포사격을 했다. 오후에도 5시부터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 해상완충구역으로 90여 발의 포사격을 했고 5시 20분쯤부터 서해 해주만과 장산곶 일대에서 각각 90, 210여발의 포격을 가했다.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비행거리 700여㎞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도 발사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졌다. 갈수록 더 대담해지는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압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9·19 군사합의는 비무장지대(DMZ) 내 상호 시범적 감시초소(GP)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지상·해상 및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등이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2019년 서해 완충구역 내 창린도에서의 해안포 사격, 2020년 중부전선 DMZ GP 총격과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북한 군용기들이 지난 14일 오전 동서부지역 비행금지구역 북방 5∼7㎞까지 근접 비행한 것 역시 9·19 군사합의 위반이다. 이 정도라면 북한이 더는 합의 이행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 9·19 군사합의는 휴지 조각이 된 것이나 진배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해 “하나하나 저희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9·19 군사합의 유지 여부는 북한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엊그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만일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지면 9·19 군사합의 효율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의 연장선이다. 우리가 9·19 군사합의에 묶여 비례대응조차 하지 못한다면 북한의 도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북한이 툭하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데 왜 우리만 아무 일 없는 듯이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기조는 가급적 북한과 군사적 충돌을 피하면서 9·19 군사합의를 지켜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이 잦아들지 않으면 정부는 이미 파탄 난 9·19 군사합의 유지 여부를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수밖에 없다. 중국 및 주변국들의 반발이 예견되는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 핵무장론은 그다음의 문제다. 북한의 오판을 막고 돈줄을 끊기 위한 확장억제력과 제재 강화가 급선무다. 그런 면에서 북한 인사 15명과 로케트공업부 등 기관 16곳을 독자 제재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7, 8차 연쇄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빈틈없는 한·미·일 3각 공조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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