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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9월9일을 중양절(重陽節)이라 한다. 옛부터 홀수, 곧 양수(陽數)가 겹친 길일 가운데 이날을 중시했다. 중구(重九)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유래한 명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때부터 이날에는 군신들의 모임을 열거나 향연을 벌였다. 조선 세종 때는 삼짇날(3월3일)과 중양절을 명절로 공인했다. 중양절에는 늙은 대신들을 위한 잔치인 기로연(耆老宴)을 베풀고, 구일제(九日製)라는 특별 과거시험을 시행해 합격자에게 문과의 전시나 복시에 응시할 자격을 주었다.

중양절은 국화가 만발할 때여서 국화전이나 국화떡, 국화주를 만들어 먹으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조선 후기 문인 유만공은 세시풍속을 집대성한 ‘세시풍요’에서 “노란 국화 처음 따다 둥근 전 지져 놓고/ 작은 지게미 떠 있는 상락주(중양절의 술)도 처음 걸렀네”라면서 “9월9일의 타향은 고향보다도 낫네”라고 노래했다. 국화를 감상하는 상국(賞菊), 술잔에 국화를 띄우는 범국(泛菊) 같은 풍속도 있었다. 조선 후기 문신 유세명은 ‘우헌집’에 남긴 시에서 “천년 동안 중양절은 몇 번이나 돌아왔나/ 국화꽃은 말없이 사람을 향해 피어 있네/ 북쪽 창에서 오랜만에 맑은 바람 불어오니/ 차가운 날씨에 국화꽃 따서 술잔에 띄우려네”라고 읊었다.

시를 짓고 술을 나누는 시주(詩酒)도 널리 행해졌다. ‘숙종실록’에는 “밤에 옥당(玉堂·홍문관)의 관원들을 불러 선온(궁중에서 빚은 술)을 내리고, 임금이 말하기를, ‘오늘이 바로 중양절이니 아름다운 때에 시를 짓는 것도 하나의 좋은 일’이라며 여러 신하들에게 오언·칠언 절구를 짓도록 명하고 종이와 붓과 먹을 내려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등고(登高)는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서 하루를 즐기던 풍속이다. 조선 후기 문인 홍석모는 ‘동국세시기’에서 “서울 풍속에 남북의 산에 올라서 음식을 먹고 즐기는데 이는 등고의 옛 풍속을 따른 것”이라며 “청풍계·후조당·남한산·북한산·도봉산·수락산 등이 단풍 구경에 좋은 곳”이라고 했다. 오늘이 ‘아름다운 명절’로 불리던 중양절이다. 이제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지만 그 풍습은 가을철 단풍놀이로 이어지고 있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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