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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팽배했다.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었고 이 병에 걸리면 자칫 목숨까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례 없는 감염병 출현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것도 이때다. 유일한 희망은 마스크였다. 정부 역시 마스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직 마스크가 코로나19를 예방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했고, 마스크는 불로초처럼 귀한 대접을 받았다. 마스크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일도 이때 벌어졌다.

2020년 4월 이제 우리나라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가 24개월 미만 유아를 제외한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여했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이때 태어난 첫 아이가 외출할 때도 마스크가 필요했다. 인류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질병으로부터 새 생명을 지키는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했으니까. 아이가 태어난 지 200일이 지나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 시작한 무렵부터 적극적으로 마스크를 씌우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가 마스크는 어쩜 이렇게 잘 벗겨내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시간이 흘러 아이 첫 생일이 찾아왔다. 코로나19는 악화일로였다. 직계 가족 포함 8인 이상 모임 금지 정책이 유지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제 무조건 마스크를 씌워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만큼 거부하는 힘도 함께 세졌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쥐여주고 마스크를 채워봤다. 장난감을 제자리에 놓더니 마스크를 벗었다. 손을 잡고 억지로 마스크를 씌웠다. 가만히 있는 듯하더니 손을 놓자마자 마스크를 벗었다. 사탕을 입에 넣고 마스크를 씌워봤다. 오도독오도독 소리가 멈춤과 동시에 마스크를 뜯어버렸다.

어린이집에선 다르지 않을까. 친구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따라서 쓰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다. 실망만 불렀다. 구멍 난 바가지에서 물은 항상 새듯, 마스크 안 쓰기는 집에서나 어린이집에서나 마찬가지였다. 또래 친구들과 일과를 보내는 사진을 보면 아이 혼자만 마스크를 안 쓰고 있다.

시간은 또 흘렀다. 두 번째 생일 무렵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이제 수만명씩 나오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어린이집 요구도 있었다. 아이 하원 길에 만나는 사람들 표정도 달라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아이를 보고 마스크를 씌워달라고 요구하는 건 정중한 편이었다. ‘아기가 코로나19 옮기겠다’거나 혼잣말로 ‘우리 애라고 마스크 쓰고 싶은 줄 아나’라며 지나가는 이도 있었다. 고개를 숙였다. 마스크가 미웠다.

아이들에게까지 마스크를 강요해야 하는 상황이 지겨워지던 26일, 정부가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야외 행사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지침을 해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날부터 2년6개월 만이다. 2년5개월을 산 아이는 이제서야 마스크 없이 동물원에 갈 수 있게 됐다. ‘원래 마스크가 없던 세상이 있었다’는 아빠 말을 아이가 믿게 될 날이 곧 오길 바라본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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