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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킹달러’와 한·중·일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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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8 23:24:01 수정 : 2022-09-28 2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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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쇼크에 통화전쟁 불붙어
환율폭등, ‘제2환란’ 경고까지 등장
위안·엔화도 약세 방어 총력태세
통화동맹 등 비상체제 가동해야

1997년 한국경제는 초토화됐다. 그해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부도가 꼬리를 물었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도 바닥을 모른 채 추락했다. 월가에서는 “한국을 떠나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그해 10월 말까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튼튼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망가진 경제의 몰골은 외환시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달러당 840원대에서 12월 들어 14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1960원대로 치솟았다.

외환위기의 악몽을 소환한 건 비슷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6월 1300원을 넘더니 석 달도 되지 않아 1400원을 돌파했다. 1500원대 시대가 곧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수장의 말도 비슷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과거 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주요국 통화 약세현상이 비슷하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원화를 취약통화로 꼽았다. 등골이 서늘하다.

주춘렬 논설위원

환율폭주는 미국의 유례없는 통화 긴축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이후 5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고 최근에는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세 차례 연속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인플레는 공급 차질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인플레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공급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긴축은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설명이다. 과연 금리쇼크에 깔린 미국의 속내는 뭘까. 때맞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자족적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며 법안과 행정명령을 쏟아내고 있다. ‘킹달러’(달러 초강세)와 공급망 재편은 국제금융과 글로벌 산업판도를 자국 중심으로 확 바꾸려는 창과 방패일 것이다.

중국 경제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주 방어선인 달러당 7위안이 2년여 만에 깨졌다. 최근 6개월 사이 금융시장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935억달러에 달한다. 급격한 위안화 절하는 자본유출을 가속하고 부동산·주식 등 자산거품 붕괴와 신용경색·경기침체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당국이 재정을 풀고 8월 금리도 낮췄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시진핑 주석이 공언했던 올해 성장률 목표치 5.5%는 물 건너간 지 오래고 반 토막 수준인 2∼3%대 전망이 대세다.

일본도 쩔쩔맨다. 엔화가 달러당 145엔선을 넘어서자 일본은행(BOJ)은 24년 만에 시장개입에 돌입했다. 개입규모가 3조엔 안팎에 달했지만 소용이 없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당분간 (-0.1%인) 기준금리를 올릴 일은 없다”고 했다. 엔저를 유발하는 금융완화를 지속하면서 환율 방어에 나서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고 중·일의 부도사태는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은 무려 3조달러대의 외환보유액이 있고 일본도 미국과 체결한 무한 통화스와프까지 체결해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있다.

한국은 외풍에 취약하고 외환 곳간도 넉넉지 않다. 무리한 시장개입은 실효 없이 화만 키울 것이다. 금리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격차를 좁히고 외환정책도 경쟁국 통화 추세에 맞춰 유연하게 운용하는 게 옳다. 통화동맹을 다지는 게 급선무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외환시장과 관련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장치 활용”(7월 한·미 재무장관회담), “통화스와프도 유동성 공급장치에 포함”(22일 최상목 경제수석)으로 진전되니 다행이다. 그런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는 필요없다”며 딴소리를 한다. 최선을 지향하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건 정책책임자의 필수 덕목 아닌가. 통화·경제전쟁에 대응하는 고도의 전술·전략을 짜고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할 때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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