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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에서 이화사거리를 거쳐 종로5가역에 이르는 길을 대학로라고 부른다. 일제강점기의 경성제국대학과 해방 후의 서울대학교가 있던 곳이어서 대학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작가 박완서는 산문집 ‘세상에 예쁜 것’에서 6·25전쟁 직전 6월 입학식을 전후한 짧은 대학시절을 꽃 향기로 기억한다. “동숭동에 있는 대학 캠퍼스도 라일락이 한창이었다”며 “길 건너 의대 부속병원 뒤뜰의 신록과 라일락의 향기가 합쳐서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나의 일생 중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덧붙였다. 1950년대 후반에 이 대학을 다닌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당시 학생들이 학교 앞을 흐르던 개울 ‘센 강’을 가로질러 교문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미라보 다리’로 불렀는데 “그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실존주의와 다원론, 민주주의, 그리고 절망을 이야기했다”(‘인연 없는 것들과의 인연’)고 했다. 누구나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19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 대학로는 연극을 공연하고 한바탕 놀이를 벌이는 청년문화의 공간이 됐다. 나는 1981년 대학로의 문예회관 대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이문열 소설 ‘들소’를 원작으로 한 연극을 감상하면서 공연예술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지금 대학로는 130여개 공연장이 모인 세계 최대 소극장 밀집 지역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원로배우 오영수는 “1970년대부터 대학로 무대에 서서 설익은 배우가 여무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이제 대학로도 세계적인 공연예술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대학로의 상징이던 동숭아트센터를 리모델링한 ‘대학로극장 쿼드’가 개관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22 웰컴 대학로’가 오늘부터 10월30일까지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6회째를 맞은 ‘웰컴 대학로’는 뮤지컬, 연극, 넌버벌 공연, 전통공연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공연예술 축제다. 역대 가장 많은 150여 편의 공연이 참여하는 올해는 최초의 대규모 거리행사로 기획됐다. 대학로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줄폐업의 아픔을 극복하고 공연예술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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