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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앞둔 아내 두고 떠납니다”… 러, 군 동원령에 ‘탈출’이냐 ‘생이별’이냐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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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3 17:00:00 수정 : 2022-09-23 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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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 통지서 받고 접경지역으로…탈출 러시
항공권 매진, 여성 의료진도 동원 피해 ‘출국’
한 밤 통지서 받고 아침에 입영 ‘눈물의 이별’
“군 무경험자도 징집…규모 30만 넘을 수도”

이름 올렉. 29세 러시아 예비군 상사. 그는 정부의 동원령이 떨어지면 자신이 1순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설마 강제로 전쟁에 끌려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징집 통보를 받았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 하지만 절망할 시간이 없었다. 재빨리 중요한 물건만 챙겨 카자흐스탄 접경지인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로 가는 편도 티켓을 끊었다. 국경을 넘을 생각이었다. 다음주 출산 예정인 아내는 남겨두기로 했다. 올렉은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다. 나는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날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나는 푸틴이 나를 전쟁터로 몰아 살인자로 만들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징집 피해 탈출 행렬…여성 의료진도 짐 싼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적 동원령’ 발표 후 외국으로 탈출하고 있는 러시아인들을 조명했다.

한 러시아 남성이 아르메니아 예레반 외곽의 즈바르트노츠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와 영토를 맞댄 국가는 많지만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EU가 “러시아인의 여행비자 입국을 불허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은 다음주까지 모든 항공편이 예약 마감됐다. 여행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핀란드 국경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러시아인들이 몰렸다. 그루지야, 몽골 국경에도 압도적인 교통량이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전쟁 동원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접경지역으로 몰리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부분 동원 대상은 ‘최근 군사경험이 있는 예비군’이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도 짐을 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 인원이 3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탓이다.

 

국경을 넘는 이들은 주로 남성이며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 여성들은 주로 의료진이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전쟁을 위해 보건 전문가들을 불러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의사·간호사들이 출국을 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원령 항의에 나선 시위대를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징집 면제 대상을 발표했다. 동원령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국방 산업 종사자, 건강상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이들, 16세 미만의 부양 자녀가 4명 이상인 남성,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돌보고 있는 사람 등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군 분야에 경험이 있는 이들은 우선적으로 소집될 것”이라며 “장교, 사병 및 하사 모두 징집될 것이며 현행법상 35세 이하 병사와 하사, 50세 이하 하사, 55세 이하 고위 장교들이 동원될 수 있다”고 전했다.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가족과 ‘생이별’

 

징집을 피하려 적극적으로 국경을 넘는 러시아인이 있는 반면 억지로 전쟁에 나서며 가족과 눈물로 이별하는 이들도 있다.

 

AP통신은 22일 입영 통지서를 받고 가족과 헤어져 전장으로 떠나는 러시아인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동부 시베리아 네륜그리의 입영센터로 보이는 한 종합운동장 건물에서 동원소집 대상 남성들이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남성들은 가족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놓지 못하다 버스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갔다. 대다수는 울음이 터진 모습이었고, 일부는 슬픔을 가리려 입을 가린 채였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시베리아 동부 부랴타 공화국의 자카멘스키 지역에도 침울한 분위기가 퍼졌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 여성에 따르면 입영 통지서는 한 밤중 날아들었다. 다음날 아침 집결지에 입영 대상자들과 가족들이 모였다. 몇몇은 보드카를 마셨고, 몇몇은 가족·지인과 끌어안고 서로 안전을 당부했다.

 

남편, 아들을 떠나보내는 여성들은 눈물을 흘렸다. 입영센터로 떠날 작은 버스에 십자가 표시를 하고 기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지역 시민단체는 러시아 정부의 동원 인원과 대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푸틴이 동원령을 발표한 지 불과 24기간 만에 부랴타에서만 3000명 이상이 징집 통지서를 받았다”면서 “이것은 부분적 동원이 아닌 100% 동원”이라고 주장했다.

 

통지서를 받은 사람 중엔 50대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 38세 남성은 군 복무 경험이 없음에도 징집 대상이 됐다고 이들은 밝혔다.

 

가디언은 “실제 러시아 전역에서 공개되는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 동원령은 매우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으며 그 숫자가 30만명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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