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유기적 대응 돋보여
재난 시스템 허점 없도록 살펴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물러갔다. 어제 오전 4시5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태풍은 2시간여 만인 오전 7시10분쯤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최대 풍속이 초속 40m/s로 ‘강’의 강도를 지닌 채 영남지역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곳곳에서 건물과 도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태풍이 관통한 포항·경주·울산에서 3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포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실종된 2명의 주민은 오전 6시30분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 후 주차장에 갔다가 연락이 끊겼다. 울산 태화강과 경주 형산강 일대에 한때 홍수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되는가 하면 전국적으로 농작물 2607ha가 침수되고, 8만9180가구가 정전됐다. 그래도 상륙 당시 중심 기압이 955hPa(헥토파스칼)로 954hPa였던 2003년 매미, 951.5hPa였던 1959년 사라보다 낮은 역대 3위의 위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대응이 돋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주말부터 위기대응 수위를 선제적으로 ‘최고’로 올릴 것을 지시했다. 5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철야로 상황 점검회의를 진두지휘했다. 어제 새벽에는 “태풍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참모들에게 당부했다. 국무회의까지 연기하면서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데 일조했다. 한 달 전 중부지방 집중호우 당시 자택에서 지시해 비판을 받은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면서 취약 계층·지역 안전에 총력 대응을 천명한 것도 시의적절했다. 지자체들도 위험시설과 축대, 저지대 배수로에 대한 사전점검을 서둘러 끝냈다고 한다. 태풍이 지나간 대구시와 경북도도 미리 태풍 대비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취약시설 점검에 나섰다. 대형 산불 피해를 봤던 지역을 중심으로 산사태에 대비하고 이재민 임시주택 보완에 주력했다.
정부와 지자체로선 이번 힌남노로 천재지변도 대처 여부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자연재해는 불쑥 찾아온다. 지구촌 기후변화로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세지고 있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재민에 대한 지원과 복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자연재해 앞에서 우왕좌왕해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난 대비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