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기단계’ 격상, 尹 휴일 회의
시민들도 진로·행동요령 숙지해야

역대급 세기로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한반도가 비상이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매미(2003년)와 사라호(1959년)를 뛰어넘는 역대 가장 강한 세력으로 국내에 상륙하는 태풍이 될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의 어제 예보를 보면 5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60㎞ 해상에 도달하면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각각 920h㎩(헥토파스칼)과 54㎧에 이른다. 힌남노는 ‘중, 강, 매우강, 초강력’으로 나뉘는 태풍의 4단계 중 ‘초강력’ 수준이다. 최대풍속이 ‘54㎧ 이상(시속 194㎞)’이면 돌멩이가 날아가고 건물을 붕괴시키거나 열차를 탈선시킬 정도라고 한다.
사라호와 매미의 중심기압은 각각 951.5h㎩과 954h㎩이었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빨아당기는 위력이 더 배가된다.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사망 119명, 실종 12명, 이재민 6만1844명, 재산 4조2225억원의 피해를 냈다. 부산항의 80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을 무너뜨릴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발산했다.
힌남노는 5일 서귀포를 스쳐 6일 부산·경남 해안에 상륙해 강풍과 함께 최대 600㎜가 넘는 물폭탄을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미 힌남노의 영향권에 들어간 일본 오키나와는 하늘길과 뱃길이 끊기고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지면서 주민 11만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태풍은 속성상 진로가 유동적이다. 그렇더라도 재난 대비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시행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불과 한 달 전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등 수도권 피해가 극심했다. 남부지역은 수도권보다 더 취약한 곳이 많아 걱정이다. 추석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그제 위기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 대응태세로 상향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어제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직접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불가항력적 자연재해라지만 인재(人災)라는 오명은 들어선 안 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소방당국 등 유관기관이 힘을 모아 산사태 위험지역과 상습 침수지역, 지하차도, 강·하천 등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순간의 방심이 큰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최고 수준의 비상대응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시민의 적극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영향권에서 벗어날 때까지 태풍의 진로와 행동요령 등을 숙지하고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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