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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머리 쓰면 육체 노동한 것처럼 피곤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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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8 15:16:42 수정 : 2022-08-18 15: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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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연구진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 쌓이면서 피로 유발”
“과다 축적시 정신 집중해 일 진행·의사결정 하기 어려워져”
“중요한 의사결정 해야할 경우 되도록 밤은 피하는 게 좋아”
게티이미지뱅크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정신을 집중해 일하다 보면 퇴근할 때쯤 심한 피로감이 몰려오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집에 와서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생산적인 활동을 미루고 쉬는 경우가 많다. 육체적으로 심한 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피곤하고 지칠까? 

 

학생이나 사무직 노동자들처럼 장시간 머리를 쓰며 일한 뒤 뇌에 피로를 일으키는 물질이 쌓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이렇게 정신적으로 피곤한 경우 의사 결정을 할 때 충동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다며 어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경우 되도록 밤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뇌연구소(PBI) 연구진은 장시간 일에 집중하면 뇌 앞쪽의 전전두엽 피질에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글루탐산)가 쌓이고, 이것이 피로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글루타메이트가 많이 쌓이게 되면 정신을 집중해 일을 진행하거나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글루타메이트는 중추신경계의 핵심적인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질이 원활하게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인 ‘가바’(GABA)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글루타메이트가 지나치게 많으면 신경세포(뉴런)에 독성으로 작용해 뉴런을 죽게 한다. 이는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을 파괴해 정보 전달 기능을 떨어뜨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40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 뒤 이들을 어려운 과제를 처리하는 그룹과 쉬운 과제를 처리하는 그룹으로 나눴다. 이어 이들에게 각기 과제를 주고 뇌 측정 스캐너에 누워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정신적 피로감의 발원지를 찾기 위해 생체 조직의 대사 과정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을 측정하는 ‘자기공명분광법’(MRS) 기술을 이용했다. 이 장치를 이용해 의사 결정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 등 고도의 정신 작업을 관장하는 ‘외측 전전두엽 피질’(lateral prefrontal cortex)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스캐너가 기록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참가자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뇌에서는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등 8가지 화학물질이 분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전기적 신호는 그 자체로는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넘어가지 못한다. 대신 글루타메이트 같은 화합물이 분비돼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해준다. 

 

글루타메이트는 뉴런간 정보 전달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물질이다. 신경세포간 접합부위인 시냅스의 작은 주머니(소포)들에는 한 주머니당 8000개의 글루타메이트 분자가 들어 있다.

 

6시간의 기억력 테스트가 끝난 뒤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푼 참가자들의 글루타메이트 수치는 실험을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많이 올라갔다. 피로감의 또다른 지표인 동공 확장 현상도 관찰됐다.

 

쉬운 문제를 푼 참가자들의 글루타메이트 수치는 처음과 거의 같았다. 이들도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동공 확장은 일어나지 않았다. 글루타메이트를 제외한 7가지 다른 화학물질은 변함이 없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연구진은 정신적 피로가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지쳤을 경우 인내하는 대신 즉시 누릴 수 있는 것을 추구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소액의 돈을 당장 받을지, 아니면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받을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어려운 문제를 푸느라 피로감을 더 느낀 참가자들은 소액의 보상금을 즉시 받는 쪽을 더 많이 택했다. 어려운 문제를 푼 그룹은 전체적으로 글루타메이트 수치가 8% 증가했고, 충동적인 선택을 10% 더 많이 했다.

 

연진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지친 사람들이 충동적인 선택을 더 많이 하는 것은 뉴런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글루타메이트가 과도하게 쌓이는 걸 막으려는 뇌의 방어 작전일 수 있다고 추론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어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경우 되도록이면 밤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루 종일 정신노동을 한 뒤끝이라 충동적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의 일원인 피티에-살페트리에르대의 마티아스 페실리옹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는 인지 작업이 뇌에 ‘유해 물질 축적’(글루타메이트 증가)을 초래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따라서 피로감은 뇌의 정상적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하던 일을 멈추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페실리옹 교수는 글루타메이트는 잠자는 동안 시냅스에서 제거되는데 다음날 아침 상쾌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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