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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전국 학교의 모든 학생이 동시에 치르는 일제고사 시절 개그 프로에 자주 등장한 말이다. 일제고사는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학생·학교 서열화와 사교육 조장을 이유로 전수가 아닌 표집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당시 10여년 만에 초등학교 일제고사가 부활하자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가 아닌 체험학습에 보냈다. 일부 교사들도 아이들을 결석처리 하지 않았고, 교육부는 그런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소모적 싸움은 몇 년간이나 지속됐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7년 전국 중고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사라졌다. 현재는 전국의 중3·고2 학생 중 3%만 표집해 평가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다만 희망하는 학교는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 윤석열정부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 확대를 공언했다. 올해 중3·고2 외에 초6, 내년엔 초5·고1을 추가하고 2024년에는 초3부터 고2까지 모든 학년으로 범위를 넓힌다고 한다.

보수성향 교육감을 중심으로 일제고사 부활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내년부터 애초 자율이던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관내 초중고 필수로 지침을 변경했다. 강원교육청도 오는 11월부터 초4∼중3을 대상으로 관내 모든 초중학교에서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제주교육청도 초 4∼6학년 중간·기말고사 부활을 예고했다. 일부 진보성향 교육감도 학력 저하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평가 확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단 시험이 늘어나는 건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킬 여지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학력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평등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학생들의 교육을 방치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교 석차를 공개하는 방식이 아니다. 학교·학생 간 서열을 매기기보다는 학생들의 교과별 실력을 ‘우수-보통-기초-기초 미달’ 4단계로 구분해 맞춤 학습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성적지상주의’와 ‘평가 없는 교육은 존재할 수 없다’는 찬반 논리에 갇혀 있어선 곤란하다. 무엇이 학생을 위한 것인지 합리적 묘안을 찾아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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