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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미래가 과거가 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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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8 23:44:59 수정 : 2022-08-08 23: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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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인구 5174만… 광복 후 첫 감소
인구 감소, 거스르기 힘든 변화 인정
출산율 제고보다는 사회 체계 변경
정부, 국민눈높이 맞춘 대책 제시해야

7월28일 오전 이지연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역사에 남을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브리핑을 시작했다. 센서스가 시행된 방식을 간략히 설명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2021년 11월 1일 기준 총인구는 5173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9만1000명 감소했다. 생산연령인구는 총인구의 71.4%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34만4000명 감소했다. 유소년 인구는 16만7000명이 줄어든 반면 노령인구는 41만9000명이 늘었다. 발표하는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내용은 담담하지 않았다. 2021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인구가 감소한 공식적인 첫해다.

전문가들은 이미 이 상황을 예견했다. 월별 인구동향에 따르면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자연감소 현상이 올 6월 기준 30개월 연속 이어진 상황이었고 합계출산율은 2018년에 이미 1 이하로 내려갔기에 총인구 감소는 당연한 귀결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이 지난 2년간 급격히 감소했고,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며 외국인 이동도 줄었기에 예상보다 빠르게 총인구 감소가 미래가 아닌 과거로 되어버렸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

물론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인구가 감소한 유일한 나라는 아니다. 2017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33개국은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라트비아, 시리아, 루마니아와 같이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의 국가는 물론 일본, 스페인, 그리스와 같이 우리나라와 비교될 수 있는 경제력이나 인구 규모를 가진 나라의 인구도 감소하고 있기에 역사상 최초의 인구 감소라는 통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단순히 머릿수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인구의 자연감소는 곧 인구구조 변화이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패러다임과 사회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저명한 인구학자 조영태 박사가 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정해진 미래’라 명명한 것은 인구구조 영향력의 확실성을 나타낸다. 게다가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되었다. 따라서 정해진 대응을 시행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온 눈부신 성과가 급속도로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먼저 인구 감소를 문제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접근방식 대신 거스르기 어려운 역사적 변화로 받아들이는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저출산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우리는 관련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면 출산율이 반등하리라 얘기하곤 했다. 일과 가정이 공존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부동산 가격을 낮추며 안정적인 직장이 제공되면 저출산이 개선되리라 믿었다. 물론 부조리한 상황은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거주와 이동에 미치는 사회적 요인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전통적 공동체보다 자아와 권리를 우선하는 역사적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특정 정책이 시행된다고 해서 저출산 추세가 바뀌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21년 발간한 ‘미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보건복지 대응’에 따르면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출산력은 2015년 이후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불평등이 개선된다고 출산을 더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출산과 사회경제적 상황의 연계성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저출산 상황은 경제적 자원의 가용성을 넘어 그냥 대한민국 사회의 총체적 단면으로 간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따라서 저출산의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정해진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하는 정책 프레임이 오히려 적절하다.

인구 감소 추세를 바꿀 수 없다면 기존의 인구구조에 기반한 사회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문제는 기존의 체계는 인구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정한 데다 정권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갈등도 피해 왔기에 하루아침에 이를 전환하는 작업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복지제도이다.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고령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재의 납부 부담 수준으로는 지속적인 혜택을 받기는 불가능하기에 더 내고 덜 받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지역구조 역시 다르지 않다. 대학문제가 그 예이다. 사회문화적 열망이 큰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되며 지방대학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표를 잃지 않는 데만 몰두한 정치권은 최소한의 구조조정과 출구전략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역대 정권들은 인구의 미래를 위해 수십조원을 썼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필요한 일은 나 몰라라 했다.

인구 감소는 출산하지 않은 누군가의 책임이 아니다. 개개인의 일상적 선택이 축적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며, 이에 대한 국가적 대처가 미진했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여러 번 헛발질한 윤석열정부이지만 인구 감소 대책에 대한 헛발질은 잠재적 피해 규모가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에서 국민 공감 없는 정책 추진이 가져온 국민적 역풍을 정부는 이미 경험했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솔직한 자세로 현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전문가와 협력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을 추진하되 소외되는 국민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가 되어 버린 미래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정부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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