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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정신의 빛을 갈망하는 밝은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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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5 22:30:14 수정 : 2022-08-0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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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화가의 방’.

장마와 태풍이 이어지면서 계속되는 비와 함께 한 주를 보냈다. 간간이 폭염까지 겹쳐 마치 열대지역에 와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눅눅한 주변을 보송보송 말려줄 햇빛이 그리워지는 지금 ‘태양의 화가’로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려 본다.

 

고흐는 신교국인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고, 가족 대부분이 성직자였기에 어려서부터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림 세계에 접한 것은 삼촌들이 경영하던 헤이그의 화상 점원으로였고, 그 후 브뤼셀과 런던을 거쳐 파리로 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시대 과학문명의 발달에 대한 사회적 맹신이 종교, 도덕 같은 정신문화를 황폐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그래서 그는 그림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이 향하는 무한하고 영원한 것에 대한 갈망과 동경을 표현하려 했다. 그의 그림에서 태양은 신을 상징하며, 해바라기는 정신의 빛을 갈구하는 꽃이고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나무나 앞을 향해 뻗어나가는 길은 무한하고 영원한 것을 향한 동경과 갈망을 뜻한다. 그곳에 도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겪는 고통과 번뇌와 갈등은 구불구불하게 소용돌이치는 선과 거친 붓 터치로 나타냈다.

 

고흐는 초기에는 종교적 금욕주의에 젖어 있었고, 너무 가난하기도 해서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화상을 하던 동생의 도움으로 인상주의 작가들과 접촉하면서부터 밝은 색채의 그림 세계로 향해 나갔다.

 

‘아를의 화가의 방’은 고흐가 파리 생활을 접고, 남프랑스 아를에 갔을 때 그린 그림이다. 초기의 우울하고 어두운 그림에서 벗어나 타는 듯이 밝은 색채로 정신의 빛을 갈구하는 마음을 담기 시작한 그림이다. 가난한 화가의 방을 찬란하게 빛나는 색으로 꾸몄고, 거칠고 활기찬 붓 자국으로 마음의 충동과 번뇌도 표현했다. 화사한 색 선들이 구불구불 흐르게 해 그가 아를에서 접한 이글거리는 태양의 느낌을 정열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원근법적 요소들을 무시하면서 과학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다른 화가들과 달리 무한하고 영원한 것을 향한 내면의 감정이나 정서에 충실해지려 했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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