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집단 반발 속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다음 달 2일 공포·시행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의 집단 반발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더는 국민들께 우려를 끼칠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고, 경찰 지휘부는 각 시·도 경찰청에 사실상 ‘집단행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내려보냈다.

그럼에도 경찰의 집단 반발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30일로 예정된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식물 경찰청장’ 퇴진론까지 나온다. 경찰은 무기를 소지하고 강제력을 행사하는 특수조직으로, 상부의 허가 없이 집회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치안과 질서 유지가 핵심 업무인데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집단행동을 한다면 앞으로 불법 집회·시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치안 유지의 첨병인 파출소장들이 집회에 참석하느라 민생 치안이 흔들리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추가 집단행동은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갈 게 뻔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대공 수사권 이관 등으로 비대해진 ‘공룡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데 이론이 없다. 물론 경찰국 설치가 최선의 방안이 아닐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경찰이 정부 방침에 불복하고 집단행동을 계속하는 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경찰국 설치야말로 쿠데타적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위험한 발언이다. 경찰의 우려는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적인 주장을 고집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부도 필요 이상의 강경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켜선 안 된다. 경찰 일각에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이 경찰국 설치에 호의적이던 내부 여론마저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소통과 설득 부족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데 이어 경찰관 자존심에 상처를 준 이 장관의 리더십이 불안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제는 정부가 수습 능력을 보여 줘야 할 때다. 경찰의 반발이 누그러지도록 합리적이고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민생 치안에 공백이 생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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