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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기관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에 제동 건 헌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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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1 23:21:56 수정 : 2022-07-21 23: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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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2.07.21. kkssmm99@newsis.com

검찰·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정보 기관이 통신회사를 통한 통신자료 취득 과정에서 이용자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어제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 등이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4건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성은 인정되지만 당장 무효로 하면 법의 공백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시한을 정해 개정하라는 것이다. 시민·사회 단체에서 10년 넘게 문제 제기를 해 온 사안이라 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 기본권 침해를 바로잡은 건 다행스럽다.

헌재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조회·취득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에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두지 않은 건 위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헌법 12조는 수사 등 형사절차뿐 아니라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간 수사기관이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통신자료를 요청해도 이용자에게 사전에 고지되지 않는 맹점이 있었다. 조회 이후에도 이용자가 직접 열람하지 않으면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 헌재는 수사 편의성보다 국민의 손을 들어줬다. 수사의 신속성이나 밀행성을 이유로 헌법에서 정한 적법절차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소장 유출 의혹’ 등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 언론인, 시민사회 인사 등을 상대로 무차별 통신 조회를 벌여 논란을 불렀다. 사전·사후 통제장치가 없다 보니 통신자료 조회가 너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이다.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비판이 컸던 이유다. 사찰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사기관들은 성찰의 계기로 삼아 수사관행을 바꿔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이 법률은 내년 12월31일 이후 효력을 상실한다. 국회는 이 기간 내에 사후통지 의무화 등 국민 권리를 최대한 지켜 주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통신자료 조회는 공익을 위한 것이더라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고 악용되지 않도록 감시·감독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참에 유사한 국민 기본권 침해가 없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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