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가격상한제 수용
반도체·배터리 동맹 활용해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어제 한국을 방문했다. 미 재무장관이 방한한 건 6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옐런 장관을 만나 “한·미 간 포괄적 전략동맹이 정치군사안보에서 산업기술안보로, 나아가 경제금융안보동맹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실질적 협력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해달라”고도 했다. 옐런 장관도 “한·미 경제, 글로벌 경제에 모두 중요한 이슈를 같이 다룰 수 있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미동맹이 안보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최대 관심사는 윤 대통령의 주문대로 양국 간 외환시장 협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옐런 장관은 회담에서 외환시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하고 외환이슈에 선제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추 부총리는 “양국이 필요시 (외화)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했다. 향후 통화스와프(맞교환) 재개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한국은 러시아산 원유가격상한제에 동참, 미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통화스와프 재개가 직접 언급되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이 물가 폭등을 잡기 위해 긴축에 나서는 판에 스와프 재개는 쉽지 않은 과제다. 스와프 체결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권한이라는 점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통화스와프는 다급한 환율불안을 잠재우고 자본유출도 막을 수 있는 방파제라 불린다. 한국이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화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간 협상은 줄 건 주되 받을 건 받아야 한다.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반도체·배터리 동맹을 지렛대로 활용해 봄 직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찾았듯이 옐런 장관도 곧바로 LG화학 마곡 연구개발 캠퍼스를 방문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한국에 반도체 동맹인 ‘칩4동맹’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이 반발할 게 뻔하다. 보복 강행때 자칫 무역적자와 환율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 ‘칩4동맹’ 가입을 외면하기 힘들다면 이런 사정을 미국에 소상히 알려 통화스와프 재개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도 환율불안 탓에 대미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데 미국의 이해와 다르지 않다. 새 정부가 경제안보외교 총력전에 나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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