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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복합 위기… 1300원 넘어선 환율 어디까지 치솟나

입력 : 2022-06-24 06:00:00 수정 : 2022-06-26 19: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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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은 또 ‘연저점’
정부 시장안정 조치 안 먹혀
“세계경기 침체… 수출 고전”
‘미증유 퍼펙트 스톰’ 경고도

구제금융·닷컴버블·금융위기 당시
경제위기 시작 알리는 신호 역할
파월 美연준의장 “경기침체” 언급
안전자산 달러 선호 현상 급가속
당분간 고환율… 1350원 전망까지
원·달러 격차 클수록 고물가 심화
달러로 대금지불 항공업계 직격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의 엔화, 달러화, 원화. 연합뉴스

23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이던 2008년 이후 약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틀 연속 또다시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환율 급등은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꼴이어서 우리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복합위기가 쏟아지는 형국이어서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급등)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금융 정책 당국 수장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2009년 7월13일(1315원) 이후 약 12년11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 치웠다.

환율은 이날 개장 약 10분 만에 1300원을 넘었고 오전 중에는 1302.7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후 고점 부담 및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등으로 1296.6원까지 내려갔지만 중국 외환시장 개장 후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이에 연동돼 다시 1300원대로 올라갔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 노력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급등세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시 시장안정 노력을 실시하겠다”면서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환율 급등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49포인트(1.22%) 내린 2314.32에 장을 마쳤다. 종가는 2020년 11월2일의 2300.16 이후 1년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58포인트(4.36%) 급락한 714.38에 마감하며 전날(-4.03%)에 이어 이틀 연속 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종가는 2020년 6월15일의 693.15 이후 최저치다. 상장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52주 신저가를 갈아 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2502개 가운데 52주 신저가(체결가 기준)를 경신한 종목 수는 1391개(55.6%)에 달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1.8원에 마감하면서 약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도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이틀 연속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남정탁 기자

추 부총리는 지난 14일 “복합위기가 시작됐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경제 연구기관장들과 만나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수출이 잘되는데 지금은 해외 경기 자체가 좋지 않다”며 “수출 확대 폭은 크지 않은 가운데 국민들의 생활물가 상승에 따른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위기 때마다 울린 고환율 시그널… 기업도 가계도 초비상

 

23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하자 한국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 위에서 움직인 것은 역대로 봐도 세 차례에 불과했고, 그때마다 한국 경제는 위기 국면이었다는 기시감에서다. 고물가·고금리 속에 고환율까지 엄습하자 복합위기 공포감에 기업이나 가계 모두 초비상이다.

◆‘경제위기 시금석’이었던 환율 1300원

 

1990년대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섰던 사례들은 대부분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2000원 선 가까이 치솟은 바 있고, 1998년까지 장기간 환율이 1300원 이상에 머물렀다. 이어 2001∼2002년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에 따른 엔저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한동안 1300원대에 머물렀다. 이후 2000년대 중후반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2008∼2009년 다시 1300원 위로 치솟은 바 있다. 최근 달러 강세는 글로벌 물가 상승세 지속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경기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도 원화 약세를 가속하는 요인이다. 시장에선 연준이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사함에 따라 조만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가시화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국내총생산(GDP)이나 산업활동동향, 수출 등을 보면 아직은 경기침체는 아니지만 하반기로 가면 갈수록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환율이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5월 수입물가지수(2015년 수준 100)는 원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3%나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이 한층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350원까지 치솟나… 기업들 초비상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일각에선 환율이 단기적으로 달러당 1350원 선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열어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통화에서 “1300원이 일종의 ‘빅피겨’(큰 자릿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이게 뚫리면 심리적 저항성이 무너지면서 ‘오버슈팅’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이 ‘안 막겠다’는 스탠스를 보이게 된다면 1350원까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통화긴축 등으로 달러화 강세요인이 우세하다”며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당국이 1300원 선에서 강하게 환율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달러당 1300원대가 당분간 환율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일각에선 정부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맞교환) 체결을 추진하는 등 시장에 강력한 안정화 신호를 보내야 원화 약세가 수그러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최근 미 달러화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힘입어 원화는 물론, 엔화나 금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들에 비해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우리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매출액이 늘어난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 같은 효과가 과거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 기업들의 분석이다. 수출이 주력인 자동차·조선·가전 등의 경우 단기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겠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부작용도 크다는 것이다. 특히 항공업계는 높아진 환율로 인해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비를 주로 달러로 지급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며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달러로 갚아야 하는 외화 부채도 문제다.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약 41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신규 항공기 도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유업계는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요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與 “경제 3중고… 시중銀 고통분담을” 공개 압박

 

여당인 국민의힘은 23일 경제의 ‘3중고’로 불리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과 관련해 시중은행과 정유사 등 민간 차원에서의 고통 분담 노력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책의원총회도 여는 등 연일 경제 분야 현안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최대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경제활력을 불어넣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부 혼자 뛰어서는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민·관이 위기 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가계부채는 가정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 분담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정부는 세수 부족 우려에도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며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를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면서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해 상생 노력을 함께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거듭 역설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국회사진기자단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최고위에서 “민생 경제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지만, 국민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고 있다”며 “금융업계 가치가 ‘이자 장사’라는 말로 치부돼서야 되겠느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커질수록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부동산 대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로 이자에 허덕이는 국민들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이미 몇몇 은행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낮추고 예금금리를 높인 상품들이 나왔다”며 “금융업계 차원에서 예대금리 격차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업계는 예대금리차 줄이기에 적극 동참해 금융의 가치를 살리고 어려운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상자산 시장 공정성 회복 및 투자자 보호’를 주제로 정책의총을 열었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요즘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젊은 세대가 삶의 희망을 잃고 영끌을 해서 주식, 코인, 부동산 등에 투자했는데, 지금 금리가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절망 상태”라며 “가상자산 시장을 어떻게 규율할 건지, 투자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건지가 시대적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책의총에서는 당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창현 의원이 해당 주제에 ‘기축통화와 비트코인의 긴장관계’란 부제를 달아 강연을 했다. 윤 의원은 국내·미국의 가상자산 현황과 ‘테라·루나 사태’의 교훈, 입법 방향과 윤석열정부의 과제 등에 대해 1시간가량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정부와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두 차례 진행한 바 있다.


이도형·이강진·유지혜·남혜정·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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