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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 잃고도 전투 지휘… ‘6·25 영웅’ 웨버 대령, 태극기·성조기 품고 영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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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3 14:00:00 수정 : 2022-06-23 15: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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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지킨 ‘영웅’, 6·25 알리는 데 평생 바쳐
美 의장대 7명, 21발의 예포로 ‘최고의 예우’
“그는 용감했다… 나라, 그리고 한국을 사랑”
부인 애널리 웨버 “하늘에서도 기뻐할 것”
조태용 “한·미 동맹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의 생전 모습.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제공

“탕, 탕, 탕.”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3차례 총성이 울렸다. 미군 의장대 7명이 모두 3차례씩 울린 21발의 예포는 ‘최고의 예우’를 의미한다. 나팔수의 진혼곡과 군악대의 조곡이 이어졌다. 6·25전쟁 참전용사의 관을 덮었던 성조기를 미군 병사 8명이 접어 유가족에게 전달하려는 순간 흐렸던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6·25전쟁에서 오른팔과 다리를 잃고도 전장을 지킨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1925∼2022년)이 6·25전쟁 72주년을 사흘 앞둔 22일(현지시간) 영면에 들어갔다. 웨버 대령은 전쟁 후 6·25전쟁을 알리는데 평생을 바쳤다. 1995년 워싱턴 링컨기념관 인근에 한국전쟁 ‘19인 용사상’이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건립을 이끌었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3만6634명, 카투사 7174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의 다음달 완공은 끝내 보지 못했다.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엄수된 이날 안장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의 예우를 갖춰 진행됐다. 성조기에 덮인 웨버 대령의 관은 운구차에서 내려져 의장대의 의식에 따라 천천히 그리고 절도있게 7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로 옮겨졌다. 70여명의 의장대와 군악대가 운구행렬을 따랐다. 안장식 장소에서 마차에서 내려진 관은 의장대가 성조기를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순서로 천천히 이어졌다. 의장대와 군악대는 쏟아지는 장대비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의 관이 안장식이 열리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도착해 마차로 옮겨지고 있다. 알링턴=박영준 특파원
미군 의장대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의 안장식 장소에 도착해 의례를 치르기 전 윌리엄 웨버 대령의 관을 내려놓고 있다. 알링턴=박영준 특파원

안장식 예배를 주도한 군목은 “그는 큰 사람이었고, 용감하고, 고결하고, 관대했다. 애국자였고 이 나라(미국)를, 그리고 한국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웨버 대령의 아내와 며느리, 손녀, 참전용사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안장식에 참석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기자와 만나 “웨버 대령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했던 모든 위대한 업적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법치는 그와 같은 영웅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는 “웨버 대령의 뜻을 기려 한·미 동맹이 미래세대에도 계속 튼튼히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987년 7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윌리엄 웨버 대령(뒷줄 오른쪽)을 한국전 참전용사 추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제공

웨버 대령은 1950년 8월 육군 공수부대 작전장교(대위)로 참전해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작전 등 여러 전투를 치렀다. 중공군 개입 이후 강원도 원주 전투에 중대장으로 참전해 적의 수류탄과 박격포 공격에 팔과 다리를 잃고도 전투를 지휘해 고지를 지켜냈다. 미국에서 1년여의 수술과 치료를 거쳐 현역에 복귀하고 1980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전역 후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을 이끌었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웨버 대령을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1995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설립을 이뤘지만, 웨버 대령은 곧바로 기념재단을 만들고 6·25전쟁 전사자 이름을 새기기 위한 추모의 벽 설립을 추진했다.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했을 당시 웨버 대령의 ‘왼손 경례’는 참석자들을 감동시켰다.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의 부인 애널리 웨버가 22일(현지시각)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날 안장식이 열리기 전 웨버 대령의 운구차와 유가족들은 다음달 완공을 앞둔 추모의 벽을 보기 위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찾았다. 웨버 대령은 추모의 벽에 가보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 추모의 벽은 다음달 27일 완공식이 예정돼 있다.

 

웨버 대령의 부인 애널리 웨버(93)는 추모의 벽을 둘러보며 눈물을 흘렸다. 추모의 벽을 둘러보는 내내 “뷰티풀”이라고 속삭였다. 공사 현장 근무자들은 애널리 부인에게 장미를 전달하고 애도를 표했다. 애널리 부인은 근무자들에게 “엄청난 일을 해냈어요.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의 부인 애널리 웨버가 22일(현지시각)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 공사 현장에서 공사장 근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애널리 부인은 기자와 만나 추모의 벽을 둘러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남편이 27년 동안 추진했던 일을 드디어 해냈다. 끈질기게 믿는다면 이뤄진다”면서 “하늘에서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은 사람들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지나가면서도 한국전에 대해 잘 모르고, 또 자유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길 원했다”면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기억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그것을 바꾸기 원했다”고 말했다. 

 

웨버 대령의 관에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들어가 있다고 한다.


알링턴·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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