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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조용한 내조' 약속은?… 광폭 행보에 출구 고민하는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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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1 12:00:00 수정 : 2022-06-21 12: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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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연일 단독 행보

13일 권양숙 여사 예방하며 '정치 내조' 시동
18일엔 故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 깜짝 방문

광폭 행보 속 '봉하 지인 동행' 등 잡음 뒤따라
대통령실 공식 업무 체계 없어 논란만 무성
"'조용한 내조' 번복하려면 마땅한 명분 필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왼쪽)가 비공식 개인일정으로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 광장에서 열린 고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허행일 시인 페이스북 캡처

지난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열린 고(故) 심정민 소령의 추모 음악회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깜짝 방문했다. 이날 음악회는 윤 대통령을 대선에서 공개 지지하며 멘토로 활동했던 신평 변호사가 추모회장을 맡아 개최한 행사로 심 소령을 추모하는 시집 ‘그대 횃불처럼’ 발간 기념을 겸해 열렸다. 신 변호사가 김 여사를 초청한 것이 아니었다. 김 여사는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자 행사 취지에 힘을 보태고자 음악회를 찾았다. 

 

심 소령의 유족에게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음악회에 참석한 연주자들 대기실을 따로 찾아 행사에 힘을 보태준 것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여사는 “당신의 고귀한 희생, 대한민국을 지키는 정신이 되었습니다”라는 추모 방명록 작성에 이어 참석자들 앞에서 심 소령 추모 연설도 했다. 한 참석자는 김 여사가 심 소령 유가족들이 느끼는 고통스러운 심정을 위로하면서 ‘영원히 함께 기억하자’고 추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삶의 고통 중에서도 때로는 위안을 찾는다”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김 여사가 최근 느끼는 심경이 담긴 말처럼 들렸다”고 전했다. 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심 소령은 지난 1월 11일 임무 수행을 위해 F-5E 전투기를 몰고 이륙하던 중 추락해 순직했다.

 

김 여사는 추모 음악회를 깜짝 방문해 15∼20분가량 짧은 시간 머무르다 조용히 떠났다고 한다. 신 변호사는 21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김 여사의 추모 음악회 참석에 대해 “영부인으로서 그만한 성의를 갖고 행동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낮은 자세로 잘한 일”이라며 “한 인간으로, 한 국민으로서 고귀한 희생을 한 사람과 유족에 대해 최대한 성의를 갖고 위로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지난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 예방을 시작으로 연일 단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부인 예방과 국민의 힘 중진의원 부인 오찬 회동의 정치 내조와 국가유공자·보훈 가족 초청 오찬과 심 소령 추모 음악회 방문 등 보훈 행보가 한주 내내 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던 김 여사의 과거 약속과 다른 행보라며 비난하고 나섰지만 김 여사 측은 영부인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대선 기간 자신의 학력·이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라며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만 김 여사의 의도와 달리 첫 단독 행보에서 지인 동행과 코바니콘텐츠 출신 직원 근무 동행 논란이 일면서 김 여사의 행보에 담긴 메시지 보다는 잇따른 잡음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6·1 지방선거 압승으로 탄력을 붙던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도 다소 주춤하고 있으며 김 여사의 공개 행보에 따른 야권의 비판이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되면서 대통령실 내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지난 1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1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예방을 시작으로 이어진 김 여사의 본격적인 행보로 드러난 리스크는 크게 3가지로 꼽힌다.

 

첫째, 대통령실 내부의 공식 업무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여사가 코바나콘텐츠 출신 직원과 지인을 공개 행보에 동원하면서 ‘비선 논란’이 제기됐다. 김 여사는 당초 비공개로 봉하마을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언론의 보도로 먼저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풀 기자단을 급히 꾸려 김 여사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추모 스케치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코바나콘텐츠 출신의 정모 씨와 유모 씨, 김 여사의 지인인 충남대 김량영 겸임교수(무용학과) 동행이 드러나면서 공개 행보에 사인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후 “잘 아는 편한 분들이 대통령실에 가서 같이 일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 같이 일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유씨와 정씨의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공무에 사인이 함께하고, 김 여사와 사적으로 얽힌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돼 있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슬림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슬림화’가 아닌 사유화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선 논란’과 제2 부속실 부활을 둘러싼 찬반이 이어지면서 역대 영부인 예방이라는 일정의 본 취지는 빛이 바랬다. 

 

두 번째는 ‘조용한 내조’라는 공약 파기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자신을 둘러싼 허위 이력·학력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달라”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라며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달라”고 읍소했다. 이후 김 여사는 대선 기간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도 선거 유세에 한 번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 당선 후 ‘당선 감사 인사’라는 명분으로 김 여사는 물밑에서 종교계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활동에 나섰다. 대선 기간 ‘개 사과’ 논란으로 폐쇄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다시 열어 유기견 후원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에는 대통령 부부로서 역할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의원 배우자 오찬도 주최하면서 ‘정치 내조’에도 나서자 ‘조용한 내조’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와대 이전’이라는 역대 대통령 누구도 지키지 못한 공약을 윤 대통령이 지켰지만 정작 ‘조용한 내조’,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약속이 번복되는 것은 윤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세 번째는 김 여사를 향한 비호감도다. 대선 기간이던 지난 2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여사의 비호감도는 10점 만점에 3.06점이었다. 지난해 11월 칸타코리아가 같은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호감도는 4.38점으로 김 여사를 앞섰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대국민 사과와 7시간의 녹취론 논란 속에서 호감 이미지를 얻기도 했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사건 관련한 재판과 모친 최은순씨의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 사건 등 대선 기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은 점이 비호감도가 개선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뉴시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서도 김 여사 행보에 따른 논란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7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9%,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8%로 집계됐다.(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취임 후 50%를 상회하다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졌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극장과 빵집 방문 논란 등 직무 태도를 꼽은 이들이 11%로 인사에 대한 부정 이유 다음을 차지했다. 김 여사 행보도 1%에 불과했지만 부정 이유로 꼽혔다. 

 

대통령실은 ‘제2 부속실’을 폐지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김 여사의 행보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면서 공식 틀 안에서의 김 여사 행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 여사의 행보를 내부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점, 언제까지 김 여사를 ‘조용한 내조’라는 울타리로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 동행한 코바나콘텐츠 출신 정모씨와 유모씨가 부속실 내 관저팀에 배치될 예정이다. 관저팀은 최승준 선임행정관이 팀장을 맡고 있으며 국회 보좌관 출신 조모 행정관을 포함해 4∼5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선거대책본부 회계팀장 출신인 최 선임행정관은 윤 대통령의 외가 쪽 먼 친척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 참여 초반부터 합류해 선거를 물밑에서 도와왔다.

 

윤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던 한 정치권 인사는 “역대 영부인은 대통령과 선거를 함께 치른 사실상 러닝메이트와 같았다. 그 과정에서 대중에 노출되고 선거 운동에 기여한 영향력으로 영부인으로서 맡을 수 있는 정치적 역할,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거기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여론도 일종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라며 “본인을 향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서 ‘아내의 역할에 머무르겠다’는 약속을 번복하려면 마땅한 명분과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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