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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노무현은 김대중과는 또다른 대인…대들었는데도 장관에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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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6 07:00:00 수정 : 2022-06-05 15: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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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70)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천생 문화예술인이다. 1993년 임권택 감독 판소리 영화 ‘서편제’ 각본과 주연을 맡아 유명해진 그는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민간인 출신 첫 국립극장장(2000.1∼2005.12)과 문화관광부 장관(2006.3∼2007.5)을 지냈다. 이후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세종문화회관·마포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면서도 현역 예술인으로 연극·영화·방송 드라마 등 현장에서 연출가와 극작가, 배우로 활동 중이어서 누구보다 문화예술계 속사정에 밝고 그만큼 염려하는 마음도 크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도 “윤석열정부가 문화예술계 통합에 힘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 당시 김 전 장관이 풀어 놓았던 이야기를 정리해 시리즈로 소개한다.<관련기사 http://www.segye.com/newsView/20220517517483>

 

<5회─끝> “대통령 후보 시절 논쟁하다 화가 나 들이받았는데도 장관 발탁하는 것 보고 대인이라 느껴”

 

─노무현 전 대통령하고는 무슨 인연이 있길래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발탁됐나.

 

“그 양반이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진보진영) 문화예술인들이 지지 모임도 하고 하는데, 나는 한 번도 안 갔다. 당시 국립극장장으로 공무원이었으니까. 마음 속으로야 응원했지만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연락이 와 ‘한번 보자’고 하셔서 (노 전 대통령) 지지하는 예술인 등 넷이서 작고 허름한 횟집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저도 마음 속으로는 (후보님이) 잘 되셨으면 좋겠는데 지금 국가기관에 속해 있어서 대놓고 지지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당선) 되신다면, 우리 기초 예술과 전통 예술에 대해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그 양반이 ‘그 말씀 참 좋은 얘기인데 이제 우리 전통 국악이나 이런 데도 좋은 작품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습니까’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아 그것도 좋은 말씀인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하는 배경과 구조가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이 양반이 다시 ‘(예술계도) 자유시장경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되지 않냐. 예술가들이 더 분발해야지,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면 되겠느냐’라는 식으로 얘기를 해 논쟁하게 됐다.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남제현 선임기자

그런데 (서로) 술을 마시고 하다 보니 (술기운에) 나도 점점 화가 나가지고, ‘아니 일국의 대통령을 하시겠다는 분의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이렇게 천박한 줄 (몰랐고) 정말 실망입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분위기 싸늘해지고 서로) 어색하게 웃은 채 헤어졌다. 근데 이 양반이 대통령 된 순간 ‘나는 이제 죽었다’고 생각했다. (노 전 대통령이 나를) 얼마나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봤을까 두려워서 대통령 근처에는 얼씬도 안 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임기 후반) 문화부 장관으로 측근들이 다른 사람을 추천하는데 나를 발탁하시는 것 보고, ‘이 양반도 DJ와는 또다른 대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자기하고 생각이 좀 다르더라도 ‘아 이놈이 얼마나 열정과 순수함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고 그런 것(자기에게 대든 사람)도 품을 줄 아는 분이었으니. 그래서 새 정권(윤석열정부)도 정말 정부에 쓴소리하는 사람이라도 순수한 마음으로 정말 옳은 얘기를 한다면 써야(중용해야) 한다. 고분고분하고 눈치만 보는 건 정말 간신배들이란 걸 알아야 한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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