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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성과 화폐가치로 환산… 이해 쉽고 객관적 비교 가능 [심층기획-차세대 재무제표 '임팩트 가중회계' 논의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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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2 06:00:00 수정 : 2022-06-01 18: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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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경제 지속가능성에 타격 심대
기업 경영에서 ESG 중요성 갈수록 부각

美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주축인 ‘IWAI’
연구 주도…국내 ‘임팩트가치평가원’ 생겨
‘IWAI’ 환경·제품·고용 3가지 지표 도출

회계제도, 기후위기·양극화 등 반영 미흡
기업 행위자는 자연·경제 대상 임팩트와
대기·물 등에 대한 의존성 모두 고려해야

구매행위·직업적 선택, 가치와 연계 가능
임팩트 따라 세금 차등 등 조세 변화 기대

기후위기가 지구 차원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르면서 경제의 지속가능성에도 심대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기업경영에서 현재의 재무적 테두리를 넘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이를 위해 탄소배출량 등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가령 탄소배출량이 공시됐다 해도 기업의 규모나 형편에 적합한 수준인지, 얼마나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마치 식품 표면에 각종 영양성분이 촘촘히 표시돼 있지만, 그 많은 성분이 우리 몸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 알기 어려운 것과 같다. 이에 따라 기업의 ESG 성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측정·평가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관련 글로벌 조직들이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축으로 모이며 ESG 성과의 화폐가치 측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난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민간 차원의 G7 ITF(임팩트 태스크포스)가 설립됐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주축이 된 IWAI(임팩트 가중회계 이니셔티브)가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를 추진하고 이 같은 글로벌 움직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최근 한국임팩트가치평가원이 정식 발족했다.

◆환경·제품·고용 지표로 기업 임팩트 측정

현재 기업의 실적발표 시스템에서는 환경·사회 등에 대한 영향을 배제한 채 생산단가를 낮추면서 많이 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임금 삭감이나 환경오염, 재고 증가 등은 부차적이다. 고객과 임직원,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아직은 제대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 IWAI는 임팩트를 측정하기 위해 환경·제품·고용의 세 가지 지표를 도출했다.

IWAI 연구를 살펴보면 다수의 기업이 창출한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환경비용을 초래하는 상황이 드러난다. 연구 대상인 1694개 기업 중 2018년 긍정적 수익(EBITDA)을 낸 기업 가운데 252개 기업(15%)은 환경비용이 수익을 상쇄할 정도로 컸고, 543개 기업(32%)에서는 환경비용을 반영하면 수익의 25% 이상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지표 측면에서는 현재 탄소배출과 물 소비량에 대한 평가 기준이 나왔고, 향후 생물 다양성 등 추가적인 가치들을 포괄할 것으로 보인다.

제품 측면에서도 탄소배출 외에 물 사용량, 재활용 가능성, 고객의 선택권 등 다양한 데이터와 가중치를 조합해 평가가 이뤄진다. A사와 B사가 같은 종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같은 양의 탄소를 발생시켰더라도, 전체 생산 과정에서 긍정적·부정적 임팩트를 얼마나 냈는지를 파악해 평가하는 셈이다.

고용 측면에서는 양성평등을 넘어 자기계발 및 커리어 관리 등 직원의 만족도나 대내(노조 및 기업문화)·대외(지역사회 등) 영향, 일반 직원과 임원·최고경영자(CEO)의 임금 차이 등 다양한 기준을 세밀히 따져 분석한다. 임원에서 여성 비중이 작거나,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낮은 점수를 받아 들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임팩트 측정으로 자본주의 한계 보완

현대 경제의 기반이 되는 자산은 산업적 형태에서 무형자산으로 전환이 한창이지만, 경제규칙은 이를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회계제도가 기후위기나 양극화 등 당면한 과제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한계와도 연관된다.

기업의 활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환경·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존·파괴하는 영향, 즉 임팩트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주주를 제외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기업의 영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임팩트 평가는 분절적으로 이뤄진다.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 금융시장 행위자는 자연·사회·경제에 대한 기업의 임팩트와 대기, 물, 토양, 생물 다양성, 인적자본 등에 대한 기업의 의존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들은 모두 상호 관련이 있다는 측면에서 포괄적이고 통합된 관리 접근 방식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임팩트가치평가원 관계자는 “기업이 창출하는 환경·사회적 임팩트를 화폐가치로 측정(Monetary valuation)하게 되면 기업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통해 상호 비교가 가능하고, 임팩트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맥락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다”며 “전통적인 회계시스템과 의사결정 모델에도 수월하게 통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선택부터 조세정책까지 다양한 변화 기대

임팩트 투명성이 높아지면 경제시스템에 다양한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우선 고객의 구매행위와 직원의 직업적 선택을 가치와 연계시킬 수 있게 된다.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어 ‘그린 워싱’이나 ‘ESG 워싱’이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제조사마다 막연히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우수하다거나, 특정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하는 혼란한 상황에 보다 보편적인 질서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의 선택도 달라진다. 한국임팩트가치평가원에 따르면 ESG 및 임팩트 투자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30조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체 투자자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미 관련 이행 노력이 상당 부분 진행 중이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부정적 임팩트가 클수록 투자자의 외면을 받게 되고 주식 가치가 떨어지며, 자본을 조달하는 비용은 늘어난다. 결국 경영진이 기업의 임팩트를 개선하도록 실질적인 동기를 부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한편, 경영진의 보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조세정책도 근본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는 환경오염이나 최저 수준 이하의 임금,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과 같은 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임팩트에 대해 모두를 대상으로 세금을 거둬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화폐가치 기반의 긍정적·부정적 임팩트 측정이 가능해지면, 부정적 임팩트를 직접 유발한 기업들을 특정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긍정적 임팩트를 창출한 기업은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 공적조달 시 우선권 부여 등 다양한 이익이 기대된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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