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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 원유 금수 단행… 우크라 침략 6번째 대러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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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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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 원유 금수 단행 파장

러産 석유 대체 수요 크게 늘어
브렌트유 두 달 만에 최대 상승
전문가 “韓 단기 영향은 제한적
장기 변화 대응 종합대책 필요”

러, 對네덜란드 가스 공급 중단
“다른 수출처 찾을 것” 활로 모색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3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 둘째날 회의 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두 손을 맞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식량 안보, 에너지 등에 관해 논의한다. 브뤼셀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진통 끝에 해상 선박수송을 통해 들여오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을 중단하기로 하는 6번째 대러 제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EU 회원국 간 이견 속에서 러시아산 원유 완전금수는 불발됐으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산 원유 수요가 커져 한국 등 세계 주요 석유 수입국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이 우려된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EU 27개 회원국 정상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해상을 통해 선박으로 들여오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셀 의장은 “이번 합의에 따른 수입 금지 규모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전쟁을 끝내기 위한 러시아에 대한 최대 압박”이라고 했다.

헝가리 등의 반대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는 일단 제외됐다. 헝가리는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65%에 이른다.

이번 금수 조치에서 배제된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폴란드∼독일∼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 등으로 이어지며 러시아산 원유의 3분의 1가량을 공급하는 통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회원이 30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의회 건물 앞에서 헝가리 정부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부다페스트=AFP연합뉴스

독일 정부는 EU 합의와는 별도의 독자조치로 파이프라인으로 들여오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까지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헝가리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드루즈바 송유관 원유 수입을 점차 중단하는 방법으로 연말까지 90% 금수 목표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EU의 이번 6번째 제재 패키지에는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러시아 국영 방송사 3곳의 콘텐츠가 EU 국가들에 제공되는 것을 막고, 러시아의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몇몇 개인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내용도 담겼다.

 

◆OPEC 증산에 한계 … 글로벌 에너지시장 ‘긴장의 파고’

 

이번 원유 금수조치는 100% 수입차단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EU가 단행한 대러 경제제재 가운데 가장 파괴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EU는 지난 5차례의 제재를 통해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와 EU 역내 선박 입항 금지, 러시아 주요 은행과의 거래 중단,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 등의 조치를 했다. 향후 논의 중인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까지 차단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7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3.59% 오른 배럴당 119.2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선물은 두 달 만에 가장 높게 뛰어 12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이다. 러시아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세계에서 2∼3번째 원유 수출국이었다. 러시아산 원유의 EU 공급이 막힐 경우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요 증가로 세계 석유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의 원유 증산도 한계가 있다. EU가 러시아산 원유 대체 시장을 찾아 나설 경우 가격 급등도 우려된다. 제조업 중심 산업계에서 석유 수요가 많은 한국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움직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민지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러시아유라시아팀 전문연구원은 3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한국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서방과 러시아의 제재 및 맞제재 추이로 인한 에너지 갈등 확산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글로벌 에너지 국제관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원유 수출 다변화로 EU 제재에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오스트리아 빈 주재 미하일 울리야노프 러시아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는 원유를 공급할 다른 수출처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보복조치 일환으로 네덜란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도 끊었다. 러시아는 네덜란드의 천연가스 도매업체 가스테라가 31일부터 러시아 국영 가스 수출업체 가스프롬으로부터 가스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를 대신해 가스를 구매하고 거래하는 업체인 가스테라는 이날 자사는 러시아가 요구한 가스 구매 대금 지급 방식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가스프롬은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월1일부터 EU 회원국 등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러시아산 가스 구매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거진 세계 식량 문제를 EU와 미국 등 서방의 제재 해제 카드로 활용할 의중도 내비쳤다. 크레믈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30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서방 국가들의 근시안적 금융경제 정책 결과로 발생한 세계 식량시장의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는 해당 대러 제재가 해제될 경우 상당량의 비료와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두 정상의 통화에선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흑해와 아조우해의 선박 안전운항 문제, 이들 해역의 기뢰 제거 문제 등도 중점적으로 논의됐다고 크레믈궁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측이 터키 파트너들과 조율해 자유로운 해상 화물운송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항구들로부터 곡물을 운송하는 문제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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