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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내내 긴장감… 베르디 대작에 쑥 빠져들 것”

입력 : 2022-05-29 21:30:00 수정 : 2022-05-29 20: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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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주역 맡은 김성은·국윤종

국립오페라단, 6월 2일 국내 초연
佛 맞선 시칠리아 민중봉기 배경
5막에 음역대 높아… 어려운 작품

‘띠동갑’ 선후배 성악가 호흡 척척
김 “쉬어갈 곳 없는 완벽한 오페라”
국 “어마어마한 테크닉·집중 요구”
2022년 데뷔 30주년과 20주년을 맡는 소프라노 김성은(왼쪽)과 테너 국윤종(오른쪽). 국립오페라단 제공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이어져 하나라도 놓치면 저희(가수)는 물론 청중들과 오케스트라, 지휘자 모두 끝나버릴(아쉬워할) 정도로 어느 한 순간도 놓치면 안 되고 쑥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주세페 베르디의 대작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포스터)는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이 공들여 만드는 국내 초연작이다. 공연을 앞두고 만난 주역 김성은(58·소프라노·엘레나 역)과 국윤종(46·테너·아리고 역)은 ‘관객들이 놓치면 안 될 장면을 하나씩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만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가 오페라 가수에게 주는 부담과 의미가 다른 어떤 작품보다 크다는 얘기다. ‘신포니아’로 불리는 이 작품의 서곡과 주요 아리아는 높은 완성도로 국내 무대에서 자주 연주됐지만 전막이 공연되는 건 처음이다. 데뷔 후 피나는 노력으로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명성을 쌓아 오며 각각 올해 데뷔 30주년과 20주년을 맞는 김성은과 국윤종에게도 각별한 작품이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 연습동(N스튜디오)에서 공연 준비에 한창인 두 사람을 만났다. 막 연습을 마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둘은 “워낙 어려운 작품이라 (준비할 때) 힘이 많이 든다”고 했다. 괜한 말이 아니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베르디 작품으론 드물게 5막이나 되는 데다 음역대가 높아 기량이 탁월한 성악가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이 작품의 특징은 시칠리아 공녀 ‘엘레나’, 저항군 지도자 ‘아리고’와 함께 갈등을 빚는 프랑스 총독 ‘몽포르테’와 시칠리아 우국지사 ‘프로치다’도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실력자 가수들을 한곳에 모으는 게 관건이다. ‘라 트라비아타’와 ‘리골레토’ 등 다른 베르디 유명 작품과 달리 지금까지 국내 무대에 한 번도 올려지지 못한 이유다. 국윤종은 “베르디가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어 만든 듯한 이 작품은 굉장히 웅장하고 드라마틱하며 가수들에게 어마어마한 테크닉과 집중력, 에너지를 요구한다”고, 김성은도 “전체적으로 텐션(긴장감)이 (3시간가량 공연 내내) 높아 쉬어 갈 데가 한 군데도 없는 완벽한 오페라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연습하고 공연하느라) 힘들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은 정말 좋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성은은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리골레토’ 주인공 질다를 맡는 등 국내외 다수 오페라에서 주역으로 활동했고, 주요 국제콩쿠르를 휩쓸었다. 오스트리아 빈 폴크스오퍼의 간판스타로 활약한 국윤종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악가다. 둘은 ‘띠동갑’으로 김성은이 한참 선배다. 한국인 성악가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최정상급 소프라노 중 한 명인 김성은이 “아리고(테너)가 고급스럽고 멋지게 아리아를 부르고 이어 내 차례가 되면 괜히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며 치켜세우자 국윤종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어려 보이시지만 제가 학생 때부터 존경하고 팬이었던 선생님이고 지금도 ‘와 어떻게 저리 노래를 잘 하실까’ 할 정도로 정말 관리를 잘하셔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며 “우리나라에서 벨칸토 (성악) 테크닉을 굉장히 잘 구사하는 몇 안되는 분으로 노래하실 때 옆에서 보고 배운다”고 화답했다.

둘에게 오페라는 어떤 의미일까. 김성은은 “어떨 때는 가족도 두 번째 순위에 있지 않나 할 만큼 오페라는 나의 삶 자체이고 전부다. 내겐 공기와도 같다”고 했다. 국윤종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다 26살 때 뒤늦게 오페라를 하고 음악 세계에 빠져들면서 나의 생각과 행동,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페라는 제게 인생과 신앙의 좋은 참고서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르디는 세상에 ‘서로 싸워봐야 소용 없으니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를 만든 것 같다”며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전쟁이 벌어지고, 여러 가지 이유로 갈라지고 분열된 세상인데 베르디의 메시지가 관객에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13세기 후반 프랑스 압제에 고통받던 중 프랑스 군인이 시칠리아 여인을 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격분한 시칠리아인들이 수많은 프랑스 군인을 살해하고 성당의 저녁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봉기를 일으킨 ‘시칠리아 만종 사건’에 기반했다. 연출은 2016년 아시아 초연작이었던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초’를 선보인 이탈리아 출신 젊은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 지휘는 홍석원이 맡는다. 엘레나 역은 김성은과 함께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성악가로 발돋움한 소프라노 서선영이 맡고, 아리고 역은 국윤종과 독일 베를린 도이치오퍼에서 한국인 최초 주역 테너로 11년간 활약한 강요셉이 맡는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6월2∼5일.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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