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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출구전략 놓고 서방 ‘이견’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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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9 08:55:47 수정 : 2022-05-29 08: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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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적인 휴전을" VS "우크라 무기 지원부터"
휴전 성사 시 러시아 접경국들 안보 불안 커져
‘공’은 미국으로… 바이든 숙고에 쏠리는 시선
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개월을 넘기며 ‘전쟁’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그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던 서방 주요국에서 즉각적인 휴전(ceasefire)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다만 “휴전은 결국 러시아의 나쁜 행동에 굴복하는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서방 최강대국 미국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즉각적인 휴전을" VS "우크라에 무기 지원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3국 정상의 논의 내용과 관련해 독일 언론은 숄츠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과 나란히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한 사실에,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불 양국의 ‘무기 지원 중단’을 촉구한 점에 각각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통화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독·불 양국의 요구 사항을 보다 자세히 공개했다. 그는 “숄츠 총리와 나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모스크바와 키이우(키예프·우크라이나 수도) 간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에게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함과 동시에 마리우폴 아조우스탈에서 최후까지 항전하다가 러시아군에 포로로 붙잡힌 우크라이나인 2500여명의 석방도 요구했다.

 

그런데 같은 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 그는 SNS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한테 영국은 장기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에 그들의 조국을 지킬 장비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휴전 얘기는 전혀 없다.

지난 4월 초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가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안내로 시내를 둘러보고 있다. 키이우=AFP연합뉴스

◆휴전 성사 시 러시아 접경국들 안보 불안 커져

 

EU를 이끄는 독·불 양국 정상의 언급과 유럽보다는 미국에 더 가까운 영국 정상의 발언에선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EU는 즉각적인 휴전에, 영국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항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EU의 또다른 핵심국인 이탈리아와 미국 간 정상회담에서 노출된 이견과 닮았다. 얼마 전 미국을 방문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 대화하던 중 “유럽에는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즉답을 피한 채 침묵을 지켰다. 이 또한 미국이 원하는 건 휴전보다는 우크라이나의 항전 지속, 그리고 궁극적 승리라는 점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이 주도하는 휴전 논의가 EU의 일치된 견해인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처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 핀란드 같은 EU 회원국들은 섣부른 휴전 논의를 경계하는 태세가 역력하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최근 스웨덴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휴전과 평화를 요구하는 것은 성급한 행동”이라며 “우리가 침략자(러시아)에게 양보한다면 침략은 조만간 다른 곳에, 다른 형태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것은 (휴전이 아니라) 러시아 침략자를 물리치고 자국 영토를 해방시키기 위한 무기”라며 국제사회에 더 많은 지원을 호소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직접 키이우로 달려가 전쟁을 지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마린 총리 또한 휴전에 관해선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어크에 있는 모교 델라웨어 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하기 전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뉴어크=AP연합뉴스

◆‘공’은 미국에… 바이든의 결정에 쏠리는 시선

 

앞서 영국 BBC 방송은 “전쟁 초기에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와 연대하자’는 기치 아래 똘똘 뭉쳐 단결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분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출구전략을 찾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영토 등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강대국 러시아의 위신을 세워주는 선에서 평화협상을 체결하는 방안과 러시아의 완전한 패배,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를 밀어붙이는 방안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BBC는 전자를 독·불 등 EU가 원하는 시나리오, 후자를 미국이 바라는 시나리오라고 각각 규정했다. 그러면서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은 미국 편을 들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서방 최강대국이자 EU 회원국 대부분을 회원국으로 거느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최대주주인 미국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며 EU·나토 등 국제사회의 단합,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강조했을 뿐 휴전이나 평화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이 벌이는 잔인한 전쟁은 단순히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의 정체성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면서 “말살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학교와 요양원, 병원, 박물관 등을 공격했다”고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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