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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부 꿈 무럭무럭… 농활의 부활 [S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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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8 06:00:00 수정 : 2022-05-28 17: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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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농가 일손돕기 팔걷어
땀으로 힐링… 청년농부 꿈꾸기도

“예전엔 대학생 농활(농촌 봉사활동)이 정말 활발했죠. 최근 들어 오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와 주니 너무 기쁘네요.”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 26일 아침, 경기 가평군 고암사과농원에 대학생 20여명이 도착했다. 인구소멸지역 중 한 곳인 이 지역 농가의 일손돕기에 나선 것이다. 목장갑과 가위를 받아 들고 사과밭에 들어선 대학생들은 삼삼오오 이야기꽃, 웃음꽃을 피우며 사과 적과를 시작했다. 한 곳에 4∼6개 정도 달리는 열매 중 고르고 튼실한 1개만 남기고 다 솎아 내는 작업이다. 그래야 영양분이 분산되지 않고 품질 좋은 사과가 열린다.

 

사과 적과와 전정(가지치기)은 매년 이맘때 늦지 않게 끝내야 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데,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에서 인력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하루라도 의욕 넘치는 젊은 일꾼 수십 명이 작업을 도와주면 한결 일이 수월하다. 농원 관계자들은 연신 반가움과 고마움을 표했다. 이곳에서 약 30년간 9917㎡ 규모의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근재씨는 “농사는 때가 있는데 사과는 적과를 6월 말까지 빨리 끝내야 이후 3개월간 잘 클 수 있다”며 “서울에서 청년들이 이렇게 오면 노동력도 되고 농촌에 활기도 더해져 정말 좋다”고 말했다.

 

작업 후 맛보는 새참 시간엔 김씨가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에게 손수 막걸리, 족발 등을 건네며 푸짐한 농촌 인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농활을 통해 농촌으로 오는 청년이 1%만 늘어도 성공적”이라며 “노령화하는 농촌에서는 오히려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로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근처에서 역시 사과농장을 하는 귀농 6년 차 청년농 박정주씨도 “도시에서 빡빡한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아도 내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웬만한 대기업 연봉 이상 버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런 이유로 가평에는 최근 젊은 귀농 인구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26일 경기 가평군 고암사과농원에서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열매를 솎아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시 농활 매력에 빠진 대학생들

이날 농활은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이 기획한 ‘오늘 하루, 누구나 농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도시와 농촌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만든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이다. 시행 첫해인 올해는 충남 서산 마늘·감자 농가, 충북 옥천 복숭아농가, 경기 가평 사과농가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더욱 힘든 일손을 돕게 된다.

지난 10일과 12일 서산·옥천 농가에 이어 이날 농활까지 계속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참여 열기는 뜨겁다. 학생들 무리에 섞여 잠시 적과 체험을 할 때는 단순노동의 반복을 통해 잡념이 사라지고 의외로 재미와 뿌듯함을 느꼈다. 잠시 과열돼 있던 머리를 식히며 한 박자 쉬어 갈 수 있다. 이처럼 자연 속에서 치유의 시간 갖기, 미리 해 보는 귀농 체험, 또래 대학생들과의 교류 등 청년들이 농촌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이 기획한 ‘오늘 하루, 누구나 농부’ 프로그램 참가 대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상생교류사업단을 통해 올해 세 번의 농활에 모두 참여한 박은혜(중앙대)씨는 “코로나19 이후 더 힘든 농가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뜻깊어 여러 번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산 마늘농가에 이어 연속적으로 농활을 한 김수민(서울시립대)씨는 “국문학 전공인데 평소에 못해 보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설우진(성균관대)씨는 “요즘 청년 농부에 대한 지원이 많은데, 한우 키우는 쪽 등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 있다고 들었다”며 “경제적 전망이 좋은 귀농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씨는 최근 청년들이 귀농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돈을 버는 이유도 행복해지기 위해서인데 도시에서 지나치게 일만 한다는 게 모순적인 것 같다”며 “농촌에서는 그런 삶에서 좀 해방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청년 귀농 느는데 정책은 형식적”

실제로 농촌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은 크게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귀농·귀촌 인구는 49만4569명으로 통계조사 이래 가구수 기준으로 가장 많았는데, ‘30대 이하 귀농’(1362가구)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과 삶의 균형이 각광받는 시대, 저밀도 농촌 생활에 대한 젊은층의 동경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 비해 청년농 지원 정책은 아직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채상헌 연암대 교수(스마트원예과)는 “최근 도시에서 농촌으로 오는 인구 절반 가까이가 20∼30대로,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농촌에 회귀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 정책은 협소하게 농사 비용만 지원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농촌이라는 공간이 갖는 다원적 기능을 수행할 젊은 세대가 더 잘 정착하려면 삶의 질 핵심인 ‘주거 여건’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채 교수는 “장기 저리로 집 짓기를 지원하거나 공동주택 조성을 추진하는 등 괜찮은 수준의 주거를 확보할 수 있어야 청년농 양성을 넘어 진짜 농촌 지역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고암농원의 김근재씨도 “귀농 청년에게 최대 3억원 대출해 주는 정책이 있는데 너무 형식적이라 빚만 떠안기 일쑤”라며 “과수 소득이 나오기 시작하려면 6년은 걸리는데, 이 기간엔 파격적으로 무이자 지원하거나 아예 규모를 더 키워서 소득·고용 창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 역시 귀농에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채 교수는 “농사 기술 달인에 지역 인맥이 짱짱해도 나가떨어질 수 있는 게 농업”이라며 “의지와 막연한 환상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귀농은 단순히 직업을 농부로 바꾸고 시골로 이사 가는 차원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채 교수는 “시골살이가 나와 맞는지, 경제적 기반과 나이·체력, 가려는 지역의 농업적 특징을 모두 고려해서 최적화된 수익 모델을 찾고 관련 기술 습득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평=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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