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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왜 규칙을 지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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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7 22:45:29 수정 : 2022-05-27 22: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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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다섯 살이 되자 모든 일에 “왜”라고 자꾸 묻는다. 질문도 참 다양하다. 늦은 봄 예쁘게 길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며 “왜 꽃은 봄에 피어?”라고 눈을 반짝이며 의문을 제기한다. 한참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린 뒤 불현듯 “왜 엄마를 엄마라고 불러?”라고도 물어 아빠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어렴풋한 기억 속 나의 어린 시절 모습도 그랬었고, 살아오면서 어린아이들이 ‘왜’라고 묻는 장면도 수없이 봤다. 세상 모든 일들이 신기하고 궁금한 때이니 그럴 만도 하다.

다만, 부모가 되니 이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아이가 세상을 배우게 되는 것이 기쁜 것은 물론이고 순수하게 아이와 대화를 하는 것 자체도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다섯 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답을 주려고 노력을 한다.

서필웅 문화체육부 기자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꽃이 피는 과정처럼 지식만 있다면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괜찮다. 그동안 쌓아 온 잡다한 지식 정도면 아이에게 맞는 대답 정도는 가능하다. 아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은 상상력을 발휘해 보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규칙에 대한 것들이다. 왜 횡단보도는 파란불이 켜질 때 건너야 할까? 왜 길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안 될까? 왜 요즘은 마스크를 꼭 끼고 밖에 나가야 할까? 뭔가 이유가 있어 생긴 규칙들인 것 같은데 딱히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동안 단순히 규칙이니까 지켜 왔던 것들이어서다. 하지만, 아이에게 답을 해 줘야 하기에 나름대로 ‘왜 그래야만 했을까’ 생각을 해 봤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됐다.

이런 생각 속에 모든 규칙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배려가 기반이 됐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는 물론, 사회 속 타인들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어떤 것들은 규칙이 되고, 또 어떤 것들은 에티켓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배려의 마음은 희미해지고 이제는 아이에게 이유를 설명해 주기조차 힘겹게 됐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코로나19가 처음 세상을 습격했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 분명 타인에게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사려 깊은 사람들이 먼저 마스크를 썼었다. 아직은 그 마음을 기억하기에 아이가 “왜 마스크를 써야 해?”라고 물었을 때 “기침했을 때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 가면 안 되잖아. 그래서 미리미리 마스크를 쓰는 거야”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정한 많은 규칙에는 배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아이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마음을 이제는 다시 상기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단순히 누군가가 나를 배려해 주기 위해 매일 우리 사회가 정한 규칙들을 지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분도 좋아질 듯하다.


서필웅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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