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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전쟁과 인플레, 그리고 ‘자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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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6 23:42:41 수정 : 2022-05-26 23: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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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진 속 세 위기 동시 발생
1973년 베트남戰·석유파동과 유사
에너지원 변화·금융 무기화 등 차이
복합적 관점 기초한 해법 마련해야

전쟁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자원의 힘’이 결합하면 글로벌 체제는 어김없이 요동쳤다. 셋 중 하나만 발생해도 그 규모에 따라 글로벌 파장이 심각한데 2022년 현재의 세계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발생한 복합위기 상황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여진도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정도의 복합위기에 세계가 직면한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세계가 직면한 복합위기의 규모나 무게감은 1973년과 비슷하다. 1973년을 전후해 외교안보, 문화, 경제적으로 수십년 동안 글로벌 체제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건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탈출하고자 북베트남과 1973년 파리평화협상에서 합의했고, 소련을 억제하고자 중국과 관계 개선을 진행했다. 전통적 동맹과 적의 구분이 새로운 판짜기에 의해 급격하게 변경됐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경제적으로는 제2차 석유파동이 발생했다. 석유 가격이 200%나 오르면서 세계의 경제 및 산업 지도에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은 알래스카 석유를 본토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 연결법을 통과시켰고 서독과 소련은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한 경제협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중동 국가들은 막대한 오일달러를 활용해 본격적인 자본축적과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했다.

1973년을 전후해 금융과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발생했다. 베트남전 등의 여파로 악화한 인플레는 1971년 금본위제 폐지를 촉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인플레는 지속해 1973년 영국 8.4%, 미국 6.16%를 기록했다. 결국 영국은 서구 선진 산업국 중 처음으로 주 3일 근무제를 도입했고 각국의 주요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이 잇달았다. 이는 각국의 산업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자동차산업과 화학산업이 그랬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공장들을 일부 폐쇄하는 등 조업 단축과 감축을 하는 동안 일본 자동차산업은 미국에서 입지를 다지는 결정적 계기를 잡았다. 독일은 동방정책과 소련과의 에너지 협력으로 화학산업과 기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건들이 많았다.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도 1973년에 나왔다. ‘로 대(對) 웨이드’ 판결로 불리기도 하는 이 판결은 이후 여성과 가족, 국가와 ‘개인의 자유 선택권’의 경계 및 의사결정 주체에 대한 심각한 논쟁을 야기했다.

49년이 지난 2022년 세계는 다시 문화적 정향성의 변화와 함께 자원의 힘과 전쟁, 인플레가 동시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1973년과 비슷하게 향후 수십년 동안 개인의 삶과 글로벌 체제, 각국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의미 있는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회사와 노동자들 사이에선 재택과 원격 근무를 놓고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 업종은 주 3일 근무제를 타협안으로 내놓았다. 미국 대법원은 보수화하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1973년과 2022년의 차이도 물론 있다. 1973년엔 석유 수출국들이 공급을 단절시키면서 힘을 행사했다. 하지만 2022년엔 수요국(소비자)들이 주요 공급국인 러시아 에너지의 수입을 막으면서 단절이 발생했다. 힘의 행사 방식이 바뀐 이유는 에너지원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1973년엔 중동산 석유를 당장 대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2022년엔 석유와 같은 전통 에너지와 함께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재생에너지 등의 증가로 인해 석유에 취약했던 1973년과 완전히 다른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진 반면 독일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긴밀도가 각각 떨어졌다. 여기에다 금융의 무기화가 강조된 것도 1973년과 2022년의 차이다.

복합위기는 복합적 도전이다. 복합적 관점에 기초한 처방이 필요하다. 필요 이상으로 단순한 역사적 모델들에 의한 과대결정을 피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법 도출이 가능하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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