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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서… 바닷가서… MZ세대 “우리는 놀면서 일해요”

입력 : 2022-05-26 06:00:00 수정 : 2022-05-26 0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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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新풍속 ‘워케이션’

“여행 가서 일 병행 업무집중 잘돼”
재택근무 직장인들 선호도 높아
티몬·야놀자 등 IT 기업 적극 장려
“팀워크 도움” 동료와 보내는 곳도
지자체들 관광상품 출시 유치전

8년 차 직장인 임아영(34)씨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바다가 보이는 강원도 강릉의 한 호텔에 ‘워케이션’(Work+Vacation)을 다녀왔다. 워케이션은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다. 매일 고층건물이 빽빽이 들어찬 도심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임씨에게 워케이션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됐다.

임씨가 워케이션을 다녀온 이유는 최근 말로만 듣던 ‘번아웃 증후군’(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후군)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 시작 후 8년째 쉼 없이 달려온 데다, 두 달 전 이직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기 위해 무리한 탓이었다.

임씨는 “일하다 산책하고 싶을 때 바로 앞의 바다로 나가면 된다는 게 너무 좋았다. 자연 속에서 일할 기회가 없는데 바다를 보며 일하다 보니 업무를 할 때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올랐다”며 워케이션의 효과를 극찬했다. 이어 “이제 해외로도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가을에는 시차가 별로 나지 않는 동남아로 워케이션을 갈까 생각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고 일상회복이 진행되면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연차를 쓰지 않고도 여행지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재택근무가 활성화한 스타트업이나 외국계 기업 위주로만 워케이션이 가능하다 보니 일반 회사나 공기업·공공기관에 다니는 이들 사이에선 “박탈감이 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5일 취재진이 워케이션을 다녀온 MZ세대 직장인 5명에게 후기를 물어본 결과, 5명 모두 “다시 워케이션을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친구와 함께 2박3일로 춘천 워케이션을 떠난 A씨는 “코로나19로 원치 않는 재택근무가 이어져 답답함을 느꼈다”며 “숙소에서 친구와 밥을 해 먹은 것 말고는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었음에도 여행지에 와 있다는 것 자체로 힐링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같은 일을 해도 공간을 변화시키니 기분이 전환돼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며 “춘천처럼 먼 곳이 아니더라도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워케이션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회사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장려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롯데멤버스는 오는 9월까지 직원의 45%를 워케이션 보내기로 했고, 티몬도 이달 워케이션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워케이션을 회사 정책으로 시행 중인 여가플랫폼 기업 야놀자 관계자는 “‘직원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워케이션을 보내주게 됐다”며 “지난해 강원 평창군으로 워케이션을 다녀온 직원들이 한목소리로 ‘업무 효율이 올라갔다’며 좋아했다”고 밝혔다. 회사 지원으로 지난주 동료들과 제주도에 다녀온 서모(24)씨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친밀감을 쌓으라고 보내준 것 같았다”며 “4박5일간 여행지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실제로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관광 수요를 늘릴 복안으로 워케이션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제주와 강원 속초, 부산은 워케이션 관련 프로그램을 내놨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보고서엔 “워케이션이 전국적으로 활성화할 경우 4조5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직접 지출 효과와 고용 유발 효과도 각각 3500억원, 2만7000명으로 추정됐다.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워케이션이 MZ세대들에게 각광받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재택근무가 가능했던 대기업 및 정보통신업계, 전문직과 대면업무를 해야 하는 직군 간에 나타난 양극화의 연장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는 B(29)씨는 “공무원 입장에서 워케이션은 꿈도 못 꾸는 이야기”라며 “같은 직장인인데 누구는 평일에 여행지에 머물 수 있다니 솔직히 부럽고 박탈감이 느껴진다”고 푸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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