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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1991년 소련 붕괴의 결정적 요인은 미국 등 서방사회의 식량 봉쇄였다. 미국 등의 곡물 금수조치로 1700만t의 밀과 옥수수 공급이 막히는 바람에 결국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말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도 식료품 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으로 붕괴 직전까지 갔다. 대부분 국가들은 2007∼2008년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겪은 후 식량안보를 자국의 헌법이나 법률에 반영해 지키고 있다. 식량(Food)은 무기(Fire), 연료(Fuel)와 함께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3F’로 불린다.

곡물자급률은 국가의 식량안보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50%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곡물 소비량의 8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쌀은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고 있지만, 밀·콩·옥수수 등 나머지 주요 곡물들은 대부분 수입한다. 일본은 밀 2∼3개월분과 사료곡물 2개월분을 상시 비축하는 식량 위기 대응 매뉴얼을 법제화했다. 일본 종합상사들도 세계를 누비며 곡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 식량기지 발굴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그제 밀 수출을 전면 금지해 파장이 크다. 전 세계 밀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공급량이 줄어든 뒤 인도가 ‘동아줄’ 역할을 해 왔는데 이마저 끊긴 것이다. 주요 7개국(G7)이 인도의 조치를 비판했지만 식량 보호주의의 거센 물결을 막기는 어렵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세계 1위 생산 품목인 팜유 수출을 중단했고, 이집트·터키·아르헨티나 등도 줄줄이 곡물 수출의 빗장을 잠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상기온 등으로 인한 세계 식량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식량주권 확보’를 국정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농업직불제 예산을 대폭 늘려 자급률이 낮은 밀·콩 등 전략작물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농지가 절대 부족한 만큼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해외 경작지를 발굴·확충하는 등 식량안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돈으로 언제든 식량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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