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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제금융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 월가가 발칵 뒤집혔다. 나스닥 증권거래소 회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가 기존 투자자의 수익을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메우는 희대의 폰지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기액수가 무려 650억달러에 달했다. 메이도프의 명성과 적정 수익 보장(연 15∼22%) 탓에 HSBC·노무라증권 등 유수의 기관투자자와 유명인사들까지 속아 넘어갔다. 메이도프는 15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번에는 가상화폐 시장이 유사한 사기극에 휩쓸렸다. 한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가 최근 일주일 사이 99% 이상 폭락해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 테라는 코인 1개당 1달러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했지만 달러 등 실물자산이 아닌 자매코인 루나를 이용했다. 예컨대 테라 가격이 1달러를 밑돌면 연 20%의 이자를 얹어 루나를 발행해 그 가치를 떠받치는 식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테라를 팔자 루나 매물도 쏟아지며 ‘코인런’(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까지 빚어졌다.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단 하루 만에 2000억달러나 증발했다. 국내외 코인거래소는 테라와 루나를 거래 중단시키거나 상장 폐지했다.

이 코인의 개발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릴 정도로 한때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권 대표는 미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 실리콘밸리에서 애플 엔지니어 등으로 일했다. 이런 화려한 이력과 신종 가치방어 기법(코인 공급량 조절) 탓에 루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한때 시가총액이 410억달러(약 52조원)로 불어났다. 그는 이달 초 “가상화폐의 95%가 사라질 것”이라며 “그들이 망해 가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이 조롱은 열흘도 되지 않아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제 “내 발명품이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실패를 인정했다.

루나 국내 투자자만 20만명을 웃돌고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동안 가상화폐와 관련해 “피라미드 사기”(폴 크루그먼), “화폐가 아닌 투기수단”(재닛 옐런), “신기루”(워런 버핏)와 같은 숱한 경고가 나왔지만 소용이 없다. 탐욕에 눈먼 코인 광풍은 언제쯤 잦아들까.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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