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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분유 대란’에 애타는 부모들… ‘인공 모유’ 대안 될까 [이슈+]

입력 : 2022-05-13 22:00:00 수정 : 2022-05-13 17: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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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 생산 감소와 업체 리콜 사태로 공급난 심각
정치권까지 팔 걷어… 美 하원, 25일 분유 사태 청문회
美 스타트업 “3∼5년 이내에 인공 모유 제품 출시 계획”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한 상점 내 분유 판매대가 거의 비어 있다. 샌안토니오=AP뉴시스

미국에서 일어난 ‘분유 대란’에 부모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미국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생산감소와 분유 업체 애보트의 불량 제품 리콜 사태로 곳곳에서 심각한 분유 공급난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마트 분유 진열대는 수 주째 텅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분유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등 정치권도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분유 공급 부족 사태 해소까지는 앞으로도 몇 달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 24시간 가동·다른 제품 라인도 분유 생산으로 개조

 

미국의 분유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업계가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공급난 해소는 아직도 멀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 유아용 분유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애보트와 레킷벤키저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유 제조사 애보트는 미시간주 공장 재가동 문제를 미 식품의약국(FDA)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애보트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체 분유 제품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지난 2월 시밀락 분유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재가동 허가를 받더라도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다시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이기까지 수 주가 걸릴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당장 공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애보트는 아일랜드 공장에서 매일 분유 제품을 공수하는 것은 물론, 일부 영양음료 생산 라인을 유아용 액상 분유 생산 라인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엔파밀 분유를 생산하는 경쟁사 레킷벤키저그룹도 올해 초 분유 제품의 물류·운송 지연을 겪었다. WSJ에 따르면 레킷벤키저는 분유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요일과 야간에도 교대 근무팀을 투입해 공장을 하루 24시간, 주 7일 가동 중이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1인당 분유 구매량을 4통으로 제한하는 등 사실상의 배급제를 도입해 공급난에 대처하고 있다.

 

분유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도 팔을 걷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분유 제조업체, 유통업체 대표자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이 분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경청했다.  미 하원 소관 위원회는 오는 25일 분유 부족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FDA는 기준을 충족하는 해외 분유 제품 수입을 허용하기 위한 심사 절차 속도를 높이는 한편, 소비자들의 사재기를 막을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카멜의 한 식료품점 선반에 아기 분유가 듬성듬성 진열돼 있다. 카멜=AP뉴시스

◆속 타는 부모들…분유 확보 위해 분투 중 

 

미국 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굶기지 않으려 분유 확보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월마트, 코스트코 등 소매업체들이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고 있어 시민들이 분유를 충분히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텍사스주 남부 도시 샌안토니오는 분유 부족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라틴계 저임금 노동자가 다수인 이 지역의 식료품점과 푸드뱅크의 이유식 선반은 텅 빈 지 오래고, 비영리 단체들은 저소득층에게 제공할 분유를 구하러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구하기란 더욱 어렵다. 알레르기성 식도 질환을 앓는 3살짜리 딸을 키우는 마리셀라 마케즈는 NYT에 “이틀 전 집안에 분유가 딱 1통밖에 남지 않자 평소보다 적은 양의 분유를 타서 딸에게 먹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이 질환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한 특수 분유가 언제쯤 입고될지 알고 싶어 텍사스 내 공급업체들에 일일이 전화를 돌렸지만 허사였다.

 

캘리포니아 남부 오션사이드에 사는 다리스 브라우닝도 생후 10개월 된 희소 유전병을 앓는 딸을 살리려고 응급실에 가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의 딸은 일반 유제품에 든 단백질을 먹으면 피를 토하기에 특수 제조 분유를 먹어야 한다. 앨라배마주 펠시티에 사는 캐리 플레밍도 생후 3개월 된 딸에게 정해진 양의 절반도 안 되는 분유를 먹이고 있다. 지금껏 분유를 먹으면서 9개 유제품에서 7가지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딸에게는 ‘푸르아미노’(PurAmino)라고 불리는 저자극성 분유가 필요한데, 분유 품절 사태로 이 지역에서는 더는 이 분유를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분석업체 ‘데이터셈블리’에 따르면 현재 미 전역에서 분유 제품의 43%는 품절 상태다. 품절률은 1주 전보다 12%포인트나 높아졌다.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현상이 목격되는 가운데, 부모들은 분유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운전하는 수고를 마다치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유아용 분유 조리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제조한 분유는 영양소 결핍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5년 이내에 인공 모유 제품 출시 계획”

 

분유 공급난이 지속하자 ‘인공 모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바이오밀크(BIOMILQ)는 “3∼5년 이내에 인공 모유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밀크의 인공 모유는 기증받은 인간 유방 조직과 모유에서 세포를 채취해 만든 제품이다. 이 기업은 이 세포를 플라스크에서 영양분을 줘 가며 성장시킨 뒤 인간 유방과 흡사하게 만든 생물 반응기에서 배양한다. 그러면 해당 세포는 더 많은 영양소를 흡수하면서 모유 성분을 분비한다.

 

바이오밀크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CO) 레일라 스트리클런드는 자사의 인공 모유 제품이 분유보다 더 모유의 영양성분 구성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CNN 비즈니스는 “바이오밀크가 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선 우선 모유 분비 세포를 지금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대량으로 생산할 필요가 있다”며 “또 이 제품이 유아들에게 안전하다고 규제 당국을 설득시키는 것도 넘어야 할 큰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생후 6개월까지 전문가의 권장량만큼 모유를 먹는 유아는 전 세계적으로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세계 분유 시장은 2021년 기준 520억달러(약 65조9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현재 미국에서 ‘모유 은행’에서 구한 모유로 아이를 수유하려면 하루에 100달러(약 12만7000원)라는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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