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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선생님 꿈 꾸었는데/ 나비 되어 예전 모습 모시었다네. … 꿈에 곡함 아침에 누가 알리오/ 모습은 내 눈에 여태 선한데./ 시 지어도 누구에게 평을 청하며/ 의심 나도 여쭙던 일 생각만 나리.” 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 시절 제자 황상이 세상을 떠난 스승을 꿈에서 만난 뒤 그 일을 적은 시 ‘몽곡(夢哭)’의 일부다. 스승을 그리워하는 제자의 마음이 구구절절하다.

황상은 15세 때 다산이 머물던 주막집 골방을 찾아가 글을 배웠다. 다산이 문사(文史) 공부를 권하자 황상은 자신이 둔하고 앞뒤가 막혔고 답답한 세 가지 병통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양했다. 다산은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며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으라고 했다. 황상은 평생 이 가르침을 따랐다. 양반이 아니어서 초야에 묻혀 살았지만 그가 지은 시는 추사 김정희 등에게 크게 인정받았다.

스승은 어떤가. 아동문학가 이오덕은 1986년 42년간의 교직생활에서 퇴임하고 쓴 시 ‘잠 못 자는 밤’에서 “내 사랑은 아직도 저 총총한 눈망울 반짝이는/ 아이들한테 가 있다./ 내 꿈은 저 아이들이다”라고 했다. 많은 선생님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철학자 소흥렬은 ‘철학적 운문’이라 부른 시 ‘가르침과 배움’에서 “스스로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 스승이/ 자기에게 맞는 자기 스승이다/ 단 몇 사람의 자기 스승을 만나면/ 보람되고 행복한 생애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스승이 필요한 것이다.

내일이 스승의 날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등교가 제한됐던 지난 2년과 달리 전면 등교 기간에 맞는다. 스승의 날이 휴일이어서 직전 등교일인 어제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거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은 글을 칠판 가득 쓰는 이벤트를 벌이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사회인들의 경우 인생 행로나 삶의 방식을 정하는 데 영향을 준 스승이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전화기를 들어 안부 연락을 하기에 좋은 기회다. 반기지 않는 스승은 없을 것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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