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구매 활발… 투약 연령 낮아져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A(25)씨가 마약을 처음 접한 건 3년 전 어느 파티에서다. 한 친구가 A씨 자리로 다가와 대마초를 건넸다. “이게 마약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그렇게 나쁜 건 아니야.” 이 말 한마디에 경계심이 무너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간의 결정이 A씨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A씨는 그날 이후 거의 매일 대마초를 피웠다. 더 이상 대마초로 만족할 수 없게 되자 환각제의 일종인 LSD에도 손을 댔다. 멈춰야 한다는 의지는 갈수록 희박해졌다. 부모님 얼굴을 볼 때면 죄책감이 밀려왔지만 그 순간에도 마약을 떠올렸다. A씨는 “마약을 사는 데 매달 60만∼70만원 정도 썼다”며 “금전적으로도 힘들었고 가족과도 소원해졌지만, 스스로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20대가 마약 앞에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마약사범 통계에서 처음으로 20대가 30대를 제치고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약 구매가 활발해지면서 마약 투약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국내 마약사범 1만6153명 중 20대가 5077명(31.4%)으로 가장 많다. 2001년 관련 통계 공개 후 20대 마약사범이 30%를 넘은 건 처음이다. 30대(4096명·25.4%)와 40대(2670명·16.5%)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과거 마약은 30대와 40대의 전유물이었다. 2001년엔 30대와 40대가 67.1%를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는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다 2015년쯤부터 40대가 줄고 20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약사범의 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졌을 뿐 아니라 투약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대의 경우 가까운 지인을 통해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 더 빠른 속도로 번지기 쉽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약사건을 수사해 온 한 경찰관은 “마약은 끊는 경우가 극히 드물 뿐 아니라 주변인도 그 세계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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