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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편법으로 18일 만에 끝낸 '검수완박'…“입법 참사” “헌정농단” [‘검수완박법’ 공포]

입력 : 2022-05-03 17:42:20 수정 : 2022-05-03 17: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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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부패방지·공공질서 공백 초래”
권순범 대구고검장 사의 표명

국민의힘 “文 주연의 트루먼쇼”
장외서 민주 책임론 부각 여론전

민주 “김기현·배현진 징계 추진”
입법 강행 따른 부담 물타기 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 관련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본회의 통과를 끝내 강행함에 따라 “다수당의 입법 독재”라는 반발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날치기 입법’ ‘역사가 기억할 폭거’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판에 나섰고, 검찰과 법조계 등에서도 “입법 참사”라는 반응을 내놨다.

의석수 열세로 민주당의 법안 강행에 속수무책이었던 국민의힘은 장외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여론전으로 법안 통과를 돌이킬 순 없지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검수완박 강행 책임론을 부각하는 것이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처리는 ‘꼼수’에서 시작해 ‘편법’으로 끝났다”며 “위장 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 법제사법위원회의 날치기 입법·독재 입법을 통한 법안 처리에 이어 본회의는 소수당에 보장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회기 쪼개기’라는 꼼수와 편법으로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행 처리는 헌정농단의 막장드라마”라며 “각본은 청와대, 주연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트루먼 쇼’”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 간 물리적 충돌에 관한 징계 의사를 재차 밝히고 나섰다. 국민의힘의 물리력 행사를 부각해 검수완박 법안 처리 강행에 대한 부정 여론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징계위원회 회부뿐 아니라 본회의에 바로 상정될 사안도 있고 사법처리할 사안도 있다”며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기현 전 원내대표에 관해 “법사위 위원장석 점거는 윤리특위를 거치지 않고 즉시 본회의에 회부토록 돼 있는 사안”이라며 엄중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본회의 입장하는 박홍근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사진 맨 앞)가 3일 ‘검수완박’ 강행을 규탄 중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네 번째)와 의원들 앞을 지나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당신’ ‘앙증맞은 몸’ 등의 표현을 사용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 요구까지 나온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정상적이라면 인수위나 당선인이 엄하게 꾸짖고 바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 맞다. 5월10일 취임식 전에 국회에서 윤리위원회를 열어 제명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법조계는 검수완박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사법시스템 붕괴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앞서 대검은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후 “사건 전모를 밝히고 억울한 국민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없어지고 부패 방지와 공공의 안녕질서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권순범 대구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입법 참사”라고 비판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기에 사직 인사를 드린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두고 여야가 동의했을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과 함께 권 고검장 등 전국 6명의 고검장이 모두 사의를 표명한 바 있어 이후 다른 고검장들의 사직 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검사장들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새로운 제도의 영향 하에 놓여 있는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뭔지 깊이 고민하고 찾아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국법학교수회 등도 검수완박 법안 내용 및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며 입법 강행을 비난했다.

경찰 내부에선 반응이 엇갈렸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권 박탈이 옳은 수순”이라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 일선 경찰서 과장인 A 경정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다 보니 지금의 비대해진 검찰 권력이 탄생한 것 아니냐”며 “검찰은 기소권 행사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사 현장 일선에선 “업무 과부하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무 부담이 가중돼 이미 심화한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선 경찰서 경제팀 소속 B 경위는 “부작용 등을 미리 대비하고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지금은 여당이 개정안 통과 자체에만 집중한 것 같다”며 “결국 수사하는 경찰관들에게 일이 몰릴 텐데 ‘짜내서 일해봐라’는 식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원·박진영·이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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