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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문화계,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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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6 23:33:35 수정 : 2022-04-26 23: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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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상처 아물새 없이
코로나로 ‘생계 위협’ 이중고
미디어에 밀린 문화강국 공약
뚜렷한 정책 청사진 보여줘야

채 보름도 남지 않은 윤석열정부 출범을 바라보는 문화·체육계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좋게 봐줘도 현상 유지 수준에 그쳤던 문재인정부 문화·체육 정책에 대한 실망은 크나 새 정부가 어떤 비전과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아서다.

‘문화융성’을 앞세웠던 박근혜정부가 문화계에 준 상처는 크고 깊었다. 무려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문화융성’ 네 글자가 취임 연설에 등장하자 문화계는 큰 기대를 가졌으나 그 결과는 참혹했다. 비선실세가 평창올림픽 문화예술사업 등에서 암약했던 부패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공연계에선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지면서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정부가 구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뿌리가 이명박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은 무려 8931명, 단체는 342개에 달한다.

박성준 문화체육부장

‘적폐청산’을 내걸며 등장한 문재인정부는 그 반작용인지 이렇다 할 문화정책을 주도적으로 펼치지 못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데 그쳤다. 뚜렷한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하고 살뜰한 보살핌도 부족했다는 게 대체적인 문화계 비판이다.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큰 고통을 문화·체육계 모두 장기간 겪어야 했는데 정부 및 여러 문예 관련 기관이 앞다퉈 발표한 대책 상당수는 ‘융자 지원’이거나,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해서 선정되거나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증해야만’ 도움 받을 수 있는 까다로운 ‘꼬리표’가 달린 지원이었다. 중견 연극인은 “대학로 연극배우들은 그나마 생계를 이어 갈 수 있었던 ‘알바’ 자리까지 잘려서 생존이 절박한데 프로젝트에 기반을 둔 선별 지원을 고집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문화정책·행정 관련 시민단체 문화연대는 지난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명 시점에 낸 성명에서 “문재인정부의 시간이 불과 1년 정도 남은 지금, 문화예술 현장은 변하지 않는 문화부의 관료주의 행정, 문화정책에 대해 무관심한 문재인정부 앞에서 실망을 넘어 냉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러 시민단체가 합동으로 지난해 문재인정부 문화·체육·예술·언론 공약 이행도를 평가한 결과, 완료가 3.7%로 사회 각 분야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 ‘진행 중’이 81.48%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정부는 어떠할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집에선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 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 진흥 전담기구 설치 등의 미디어 개혁 공약이 앞쪽에 나오고 ‘문화예술체육강국’ 공약이 뒤편을 차지한다. 4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활약한 박보균 문체부 장관 후보자를 문화정책 수장으로 발탁한 것 역시 새 정부 우선 과제로 조명받고 있는 미디어 개혁의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 아닌가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화·체육 관련 세부 공약 역시 ‘지역별 문화 격차 해소 및 지역 중심 문화자치시대 개막’, ‘전 국민 문화향유시대 확립으로 문화기본권 보장’,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맞춤형 지원’, ‘K컬처를 세계 문화의 미래로 발전시킨다’, ‘전통문화유산을 미래의 문화자산으로 보존하고 가치를 제고한다’ 등 ‘구두선’(口頭禪)에 가까운 것들이 많다. 표지를 떼면 지난 정권 문화예술 정책과 큰 차이 없어 보인다. ‘전국 차박 명소를 1만여개 발굴해 개방하겠다’는 정도가 차별화된 공약으로 보인다. 차박 명소 발굴이 새 정부 9대 주요 문화예술 관련 공약에 들어갈 만한 중량감이 있는지는 차치하고 지금도 전국 여러 곳에서 차박 행렬로 민원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에 대한 문화계 우려도 적지 않다.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안상수 국민의힘 인천공동총괄선대위원장은 ‘좌파척결’을 언급하며 “문화예술계 쪽은 좌파들이 많다”고 발언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박보균 후보자가 첫 일성으로 “블랙리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할 수도 없고, 과거의 악몽 같은 기억”이라며 “윤석열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 대로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박성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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