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70%가 인공와우+보청기 사용 가능할 정도로 잔청 보존 가능”

저주파 청력이 많이 존재하는 난청 환자에서도 인공와우 수술 시 널리 쓰이고 있는 ‘얇은 와우축 전극’의 우수한 잔청(남아있는 청력) 보존 효과가 우수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공와우 이식은 달팽이관(와우)에 전극을 심어 이 전극이 유모세포 대신 직접 소리 신호를 전기적인 자극으로 바꿔 청각 신경을 거쳐 뇌에까지 소리를 전달해 주는 수술법이다.
이 수술법에 이용되는 와우축 전극은 전극과 와우축(달팽이관 중간에 위치) 청신경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워 신경원(신경계) 세포를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반면 저주파 청력이 유지되고 있는 고도난청 환자의 경우 삽입 과정에서 잔청이 소실될 우려가 있어 일자 전극이 유리하다고 여겨져 왔다.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제1저자 서울대병원 이상연 교수)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이 병원에서 잔청이 남아있는 환자 중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해 수술받은 환자 36명과 2019년 이전에 일자 전극을 이용해 수술받은 환자 16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확인됐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인공와우 수술 후 잔청이 보존되는 비율이 얇은 와우축 전극이나 일자 전극 모두 수술 3개월 후까지는 70%의 환자들에서, 수술 후 1년째까지는 65%의 환자들에서 관찰됐다.
또한 수술 후 잔청이 소실되는 경우, 얇은 와우축 전극은 수술 후 한 달 이내에 나타나는 반면 일자 전극은 수술 3개월 이후부터 잔청이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달팽이관 내 면역반응 등에 의해 추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약물 투여 시점을 고려해 잔청 보존 확률을 더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 교수는 또 다른 연구(제1저자 분당서울대병원 김예리 전문의)를 통해 ‘고음급추형’ 난청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의 효능 및 우수한 잔청 보존 효과를 규명한 연구를 발표했다.
고음급추형 난청은 고주파에서 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형태로, 일반 생활 속 소음은 정상적으로 듣지만 ‘ㅋ,ㅌ,ㅅ’과 같은 특정 영역의 자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다. 저주파 잔청은 존재하기 때문에 인공와우 수술보다는 주로 보청기 착용을 통한 청각재활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고음급추형 난청에서도 인공와우 수술 후 약 70%가 인공와우와 보청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잔청 보존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잔청 보존 효과가 좋을 환자들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돼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 교수는 “인공와우 장치와 수술 기법이 점차 발달하고 있어 난청의 정도나 유형이 무엇이든 적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청력이 애매하게 남은 경우라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그 정도를 파악해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청력손실 정도는 데시벨(dB) 수치에 따라 경도·중등도·고도·심도 4단계로 구분된다. 청력이 정상이면 작은 소리인 20dB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달팽이관 손상이 심한 고심도 난청(70~90db 이상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경우)은 인공와우 수술만이 단어와 말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청각 재활 방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인 ‘미국 이비인후과 저널(American Journal of Otolaryngology-Head and Neck Medicine and Surgery)’과 ‘유럽 이비인후과 저널(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에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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