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선수 생활 뒤 지도자로 변신
초보 사령탑 ‘경험 부족’ 목소리도
취임 첫해 보란듯이 우려 잠재워
WNBA 진출 강이슬 성공 가능성
슛·패스 능력 갖춘 박지수 ‘무결점’
벤치멤버들 출전기회 확대 계획

2021∼2022 여자프로농구(WKBL)는 KB가 휩쓸었다. 역대 최소인 24경기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고,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는 기염을 토했다.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서러움을 털어버린 시즌이었다.
그래도 시즌 전에는 KB에 대한 우려도 컸다. 우승이 아니면 잃을 것이 더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 센터 박지수가 건재했고,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강이슬을 영입해 외곽까지 강화했다. 우승을 향한 마지막 퍼즐은 이들의 ‘공존’이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가 될 수 있듯, 융화가 가장 중요했다. KB는 과감하게 그 중책을 초보 사령탑 김완수(45) 감독에게 맡겼다.
2000년 드래프트 2라운드 5순위로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에서 입단한 김 감독은 2002년까지 짧은 프로선수 생활 뒤 지도자로 변신했다. 온양여중과 온양여고를 거쳐 2016년부터 하나원큐 코치로 여자프로농구에 입성했다. 이런 경력이 전부인 김 감독이 KB 지휘봉을 잡자 ‘경험 부족’을 이유로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취임 첫 시즌 보란 듯이 우려를 잠재웠다.
김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을 맡아 부담이 컸다”면서도 “훌륭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국내 최고 센터와 최고 슈터가 조화롭게 뛰면서 경기가 막혔을 때 풀어가는 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구단에는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밝혔다.

우승을 차지했지만 김 감독은 그보다 더 반가운 것이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경험도 좋았지만 선수들이 즐겁게 농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했다”며 “선수들이 어렵고 힘든 플레이라고 포기하면 화가 났고, 반대로 도전해 뭔가 보여줬을 땐 말 못할 희열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런 도전적인 자세로 경기에 나서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화도 냈지만 그래도 튼튼하고 단단하게 화합해준 선수단에 고마울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우승을 이끈 강이슬과 박지수에게도 덕담을 건넸다. 5년 연속 3점슛 1위에 오른 강이슬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워싱턴 미스틱스 트레이닝캠프에 초청받아 지난 17일 출국했다. 김 감독은 강이슬의 WNBA 도전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미국 팀에서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실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거 같지 않다”며 “적응력이 관건인데 이슬이는 성격도 활발하다”고 평가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OAT)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박지수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센터임에도 슛이나 패스까지 갖춰 단점이 없는 선수”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인 만큼 지금처럼 겸손하게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이어가 농구를 빛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 감독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관심이 박지수와 강이슬에게 쏠려있는 것 같지만 감독은 물론 많은 사람이 모든 선수를 보고 있다”며 “스스로 선수생활을 너무 일찍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기에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버텨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유망주 산실인 박신자컵에서 발전한 선수들을 찾아 정규리그에서 기회를 줄 계획이다.
우승의 달콤함에 젖어있을 법도 하지만 김 감독은 이내 다음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모든 팀이 KB를 잡겠다고 벼르고 있는 만큼 더 강하게 무장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6월7일 휴가가 끝나면 곧바로 훈련에 나설 계획”이라며 “올 시즌 조금이라도 부족하게 느껴졌던 수비나 속공 부분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속으로 원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바로 WKBL 사상 최초의 ‘세븐핏’(반복을 뜻하는 repeat에 숫자 7을 더한 말)으로, 6연패 위업을 세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모든 선수가 입단하고 싶어 하는 구단으로 만들어 선수들과 함께 7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 전에 일단 지금은 세 아이를 둔 아빠이자 남편의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다. 김 감독은 “우승은 했지만 가장으로 해야 할 역할을 못 해 집에서 눈치가 많이 보였고 가족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다. 7시즌 연속 우승이면 2028년까지인데 어쩌나 걱정스럽다”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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