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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밀 가격 13년 만에 최고치… 서민 외식물가 부담 ‘쑥’

입력 : 2022-04-21 06:00:00 수정 : 2022-04-21 07: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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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사태로 곡물가 상승 영향
3월 t당 402弗… 한달새 8.8%↑
1년 전보다 무려 41.4%나 급등

자장면·냉면 가격도 줄줄이 올라
서울 평균 칼국수값 8000원 돌파
수급불안 여전… 상승세 지속될 듯
수입 밀의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t(톤)당 400달러 선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일 서울의 한 식당 앞에 놓인 밀가루.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칼국수집은 이달부터 8000원 하던 칼국수와 수제비를 9000원으로 1000원씩 인상했다. 식당 주인 A씨는 “최근 물가상승과 재료값 폭등으로 고심하다 가격을 올렸다”면서 “인건비와 배달비도 다 같이 올라서 (가격을 올려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성남의 한 빵집도 이달부터 일부 빵 가격을 평균 10%가량 올렸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해야 하는 동네 빵집에 가격 인상은 치명적이다. 주인 B씨는 “밀가루만 오른 게 아니다. 마요네즈, 계란, 설탕 등 빵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 대부분이 30% 가량 올랐다. 3800원에 들어오던 계란이 최근에는 5200원에 들어온다”며 “오죽했으면 가격을 올릴 생각을 했겠느냐”고 했다.

밀 가격 급등으로 밀가루를 사용하는 외식 물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곡물 시장에서 밀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주요 곡물 수출국이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밀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 음식이 주식인 쌀을 대체하는 한국 사회에서 판매자나 소비자나 울상을 짓지 않을 수 없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밀 가격이 t당 402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 수입단가가 400달러를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406달러) 이후 13년3개월 만이다. 이는 전월보다는 8.8%, 1년 전 동월과 비교하면 41.4% 급등한 수치다.

밀 가격 상승은 외식 물가 부담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칼국수 평균 가격은 8115원을 기록, 처음으로 8000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3월 기준 평균 7462원이던 칼국수 가격이 1년 만에 8.7% 올랐다.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자장면과 냉면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지난달 서울 지역 자장면 가격은 5846원으로 1년 전보다 500원(9.4%) 상승했고, 냉면 가격은 9962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5원(9.7%)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이 조만간 1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유명 평양냉면집들의 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국제 곡물가격은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는 ‘국제곡물 4월호’ 보고서에서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식용 158.5, 사료용 163.1로 전 분기 대비 10.4%, 13.6%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수는 주요 곡물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2015년 가격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것이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당초에는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 밀 공급 불안이 전체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쟁이나 물류난으로 인한 일시적인 리스크나 충격을 넘어 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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