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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성평등 국가 1위… 아이슬란드 어떻게 만들어졌나

입력 : 2022-04-19 01:00:00 수정 : 2022-04-18 20: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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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 리드/지은현 옮김/꾸리에/1만8000원

세계 성평등 1위 아이슬란드의 비밀 스프라카르/엘리자 리드/지은현 옮김/꾸리에/1만8000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세계성격차’ 보고서는 지난 12년 동안 아이슬란드를 성평등 1위 국가로 선정했다. 세계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선출한 이 나라의 어떤 특별한 환경이 이같은 결과를 만들었을까. 2016년 8월 취임한 현 아이슬란드 대통령 구드니 요하네손의 부인 엘리자 리드가 답을 내놨다. 캐나다 오타와 근처 취미농장에서 자란 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근대사 석사 학위를 하다 만난 남자에게 반해서 2003년 아이슬란드로 이주한 시점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이다. 

 

아이슬란드도 1980년대까지 불평등이 심했다. 이 나라 여성들은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1975년 직장과 가사에서 동시에 손을 놓는 ‘여성휴업’을 벌였다. 처음에는 임금 불평등 및 기타 불공정한 관행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한다는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주최 측은 ‘파업’이라는 용어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대신 ‘휴업’이란 용어를 쓰면서 직장과 가정에서 동시에 일손을 놓는 것으로 아이슬란드 여성은 국가 경제와 사회에 여성이 공헌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남성들에게 체감시켰다. 이 사건은 남성들의 인식을 바꾸는 분수령이 되면서 아이슬란드의 역사를 바꾼 날로 기록되고 있다.

 

그 이듬해인 1976년 남녀 고용평등법이 의회를 통과했고, 1980년에는 유럽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여성 대통령(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이 탄생했다. 당원 모두가 여성인 정당이 출범했고, 비그디스는 1996년까지 16년 동안 대통령 자리를 지켰다. 여성 평등권 역시 그만큼 높아졌다.

 

캐나다 시골 출신으로 아이슬란드 대통령 부인이 된 저자는 아이슬란드 전역의 ‘스프라카르(아이슬란드어로 비범한 여성들)’를 인터뷰하면서 제2의 조국이 왜 여성들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인지 그 이유를 찾는다.

 

저자는 아이슬란드 특유의 역사적, 자연적 배경에 그 이유가 일부 있다고 쓴다. 즉, 아이슬란드는 혹독한 날씨로 인해 “모두 손을 모아 도와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구가 있다. 또 37만명이 채 안 되는 적은 인구로 인해 새로운 정책을 신속하게 채택할 수 있다. 남편이 구타한 것에 대해 치명적인 복수를 하며 관습에 대항한 역사속 여성상도 존재한다.

 

저자는 섬을 가로지르는 수십 명의 ‘스프라카르’와 대화를 나눴다. 양털깎이 농부, 뜨개질 동아리 회원, 선장, 수색 및 구조 책임자, 랩 그룹인 ‘레이캬비크의 딸들’ 등 폭넓고 다양한 여성들이다.

 

저자는 평등을 창출하는 정책적 요소들에도 초점을 맞춘다. 고용 여부와 상관없이 양쪽 부모에게 주어지는 유급 육아휴직제도가 그 예다. 2003년에 시작된 아이슬란드의 육아휴직 프로그램은 평등으로 나아가는 국가의 초석 중 하나이다. 그 중대한 규정 중 하나는 “이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라는 조항이다. 현재 출산 휴가는 12개월로 확장되어 각 부모는 5개월씩 휴직 기간을 가지며 나머지 2개월은 부부가 원하는 대로 쪼개 쓸 수 있다. 이러한 할당은 두 부모 모두 직장에서 휴가를 내지 않으면 육아휴직 기간이 “소멸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부추겼는데, 당시에는 거의 전적으로 대다수의 엄마가 사용하는 유급 휴가의 표준 관행에 대한 참신한 혁신이었다.

 

아이슬란드의 획기적인 육아휴직 프로그램에는 명백한 이점이 있다. 젊은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할 가능성이 높고, 민간 기업이 아닌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직장에서 편견에 덜 직면한다. 더 나아가 아빠들이 애초부터 일상적으로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된다.

 

아이슬란드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여성은 여전히 집안일을 대부분을 수행하고 있으며, 남성보다 돈을 덜 받고, 대기업의 임원 수는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다른 많은 나라의 여성들을 옭아매고 있는 일-가정에 대한 부담감은 훨씬 덜하다.

 

특히 2013년에는 기업 이사진의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법이 통과됐다. 여성 대졸자가 남성보다 두 배나 많고 과학기술 분야 여성 졸업생 비율은 세계 1위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88%로 OECD 1위다. 아이슬란드 여성의 왕성한 사회 활동은 그만큼 육아·가사 부담이 적은 덕분이다. 아이슬란드는 2017년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법을 제정해 남성보다 현재 14% 정도 적은 여성의 임금 차별을 완전히 없애는 걸 목표로 한다. 아이슬란드 여성의 출산율은 1.8명이다. 선진국 중 가장 높은 편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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