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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창양, 삭제한 블로그서 “어느 나라보다 진보 득세…민도 낮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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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18 15:52:12 수정 : 2022-04-18 16: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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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블로그 완전 폐쇄…민주당 “증거 인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논란이 된 개인 블로그를 폐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기 직전 블로그 게시물을 비공개로 전환한 데 이어 아예 접근을 막아버린 것이다. 과거 작성했던 게시물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논란이 되자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 후보자가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8일 오후 4시 현재 이 후보자가 운영했던 ‘이창양 교수의 경제 산책’ 네이버 블로그에 접속하면 “일시적으로 접근 제한 중”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타난다. “이 블로그는 초기화가 진행 중이어서 방문객의 접근이 제한됐다”는 설명이다. 해당 블로그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접속 자체는 가능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개인 블로그 캡처

이 후보자는 2008년 해당 블로그를 개설했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모든 글을 비공개로 전환한 바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기 전이었던 올해 2~3월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인사 청문 과정에서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 고의로 검증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출산 기피 부담금’을 주장한 과거 칼럼이 재조명받으면서 비난을 받았다.

 

세계일보가 확인한 이 후보자의 블로그 게시물 중 상당수는 정치적 편향 여지가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2017년 1월 ‘경제의 효율성’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한 경제지의 설문조사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소위 진보적 성향이 득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특히 기업에 대한 반감이 높고, 성장보다 분배를 선호하는 성향이 소득 계층과 관계없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이런 국민 성향 조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좀 더 힘들게 오래도록 고생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결국 안보와 복지는 더욱 취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2013년 12월 작성한 ‘관치금융은 완성되었는가’라는 게시물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한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를 꼽으라면 블로그 주인장(이 후보자 본인)도 금융과 교육을 꼽는 데 별로 주저하고 싶지 않다”며 “때로는 아직까지 높지 않은 시민의식(민도?)도 걱정이 된다”고 썼다. 일본식 한자어인 ‘민도(民度)’는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을 뜻하는 단어지만, 과거 일본이 한국이나 대만 등 식민지 국가를 비하하기 위해 주로 사용했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사실상 사어(死語)로 취급된다.

2013년 12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 

앞서 이 후보자는 올해 1월 ‘교육재정교부금과 기초학력 저하’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을 맹비난한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교육의 이념화와 교육정책의 정치정책화 경향은 작은 문제가 아닐 것”이라면서 “전인교육이니 시민교육이니 혁신학교니 온갖 호사스러운 이름이 붙지만, 한마디로 국민을 바보화 하겠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과언일까”라고 밝혔다.

 

블로그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의 정책 방향성이 지나치게 친기업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2019년 1월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주 52시간 근로도 (기업 측에)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직전 해 대비 최저임금이 10.9% 올랐을 무렵이다.

 

또 2017년 8월에는 ‘중소기업은 고용창출의 위대한 엔진 맞나’라는 글을 통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중소기업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과잉 상태”라며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오래된 중소기업으로서 이들 중 적지 않은 기업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2017년 1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 중 일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내정 직후 블로그 글을 전부 감춘 것도 모자라 이제는 블로그 자체를 없애 버린 것”이라며 “고의적인 검증 회피이자 파렴치한 증거 인멸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 14년 동안 운영된 블로그의 글은 후보자의 경제관과 평소 가치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청문회를 앞두고 그렇게 축적된 글을 모두 지우는 행위는 매우 비겁한 행동”이라며 블로그를 원상 복구할 것을 촉구했다.

 

이 후보자 측은 “블로그 게시물을 삭제한 것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기 훨씬 전이었다”며 “과거 학교 수업에 활용하려고 만들었으나, 블로그 방문객이 많이 줄어들면서 필요 없게 돼서 정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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