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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년도 안돼 전월세 시장 급변… 존폐기로 ‘임대차 3법’ 전망은 [심층기획]

입력 : 2022-04-12 06:00:00 수정 : 2022-04-12 07: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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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 시행후에만 27.33%↑
시중 매물 줄고 전세값 상승 부채질
인수위, 文정부의 실패사례로 규정
전면 재검토 염두… 개선 방안 고민

8월부터 세입자 전세 신규계약 몰려
일시에 가격 올리면 시장 혼란 야기
민주당 협조 없이 법 개정도 힘들어
전문가 “다른 법률부터 정비 나서야”

“尹정부·원희룡 장관 후보자 기대감
시장 순리 따르면 성과는 따라올 것”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중 하나였던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부동산 시장의 혼선 방지를 이유로 임대차 3법의 폐지 또는 축소를 공언하면서 손질 방향과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수위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임대차 3법의 개정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부동산 TF는 임대차 3법을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규정하고, 전면 재검토를 염두에 둔 포괄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차 3법은 기존 2년의 임대차계약 이후 세입자가 원할 경우 1회에 한해 추가로 2년 계약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계약갱신청구권제, 계약갱신 과정에서 임대료 증액 상한을 직전 계약의 5% 이내로 규정한 전월세상한제, 임대차계약 이후 30일 이내 지자체 신고를 의무화한 전월세신고제 세 가지를 묶어서 부르는 용어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020년 7월 31일, 전월세신고제의 근거가 되는 부동산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적용됐다.

◆2년도 안 돼 전월세 시장 ‘급변’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시행된 지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전월세 시장의 기존 룰을 완전히 뒤바꾼 ‘생태계 교란종’ 역할을 했다. 임대차계약 기간이 기존 2년에서 4년(2+2년)으로 연장되면서 시중에 전세 매물이 덜 나오게 됐고, 집주인들은 4년간 임대료를 크게 올리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미리 가격을 높여 부르기 시작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현 정부 약 5년 동안 전국 주택 전셋값은 평균 40.64% 올랐다.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전 3년 2개월 동안 전셋값은 10.45% 상승했는데, 시행 후 1년 7개월 사이에는 27.33%나 급등했다. 현 정부 5년간 오른 전셋값의 4분의 3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이뤄진 결과인 셈이다.

서울 아파트로 한정하면, 새 임대차법의 전셋값 상승의 극적인 효과를 더 쉽게 체감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7년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43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때부터 임대차법 시행 전 2020년 6월까지 3년 2개월간 서울 전셋값은 6709만원 올라 4억9148만원이 됐다. 하지만 올해 3월이 되자 6억7419만원으로 1억8271만원 급등했다. 임대차법 시행 이전 기간의 절반 남짓한 시간이 흐를 동안 전셋값은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전세 매물도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급등한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대부분 2년 계약기간이 끝난 뒤 다시 눌러앉는 쪽을 택하면서 시중에 매물이 귀해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0년 7월 11일 4만3302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2만6442건으로, 1년 9개월 만에 40% 가까이 감소했다.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세난이 장기화하며 세입자 보호라는 당초 임대차법 도입 취지도 무색해졌다.

◆이중가격으로 시장 ‘혼선’, 세입자·집주인 갈등도 ‘급증’

집주인도 임대차 3법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되면서 집주인은 본인 또는 직계비속이 직접 거주하는 일부 예외 사례를 제외하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다.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구두계약을 믿고 집을 샀는데, 세입자가 이를 번복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집주인이 오갈 데 없어진 경우도 있다. 반면 일부 임대료 상한 제한을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이 실거주하겠다고 속이고 세입자를 새로 구하는 등 악덕 집주인도 등장하면서 임대차 시장 신뢰가 무너졌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신규 전세계약의 보증금이 훨씬 높고, 갱신계약의 보증금은 저렴한 ‘이중가격 현상’이 자리 잡으면서 혼선도 이어졌다.

새 임대차법을 대하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온도차는 양측 간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 계약 갱신·종료’ 관련 분쟁 임대차법이 도입되기 전인 2019년 43건, 2020년 122건, 지난해 307건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의 경우 정부 여당은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라는 도입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집주인들은 전월세 통계가 추후 과세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늘어난 보유세 부담과 향후 추가 과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면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11일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폐지는 미지수… 국회 협조가 관건

올해 7월 말이면,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된다. 제도 시행 이후 한 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던 세입자들이 오는 8월부터 일제히 신규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에서 그간 올리지 못했던 전셋값을 일시에 올릴 경우 임대차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위와 국민의힘 일각에서 임대차 3법 폐지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다만 임대차 3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172석)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갱신계약이 아닌 신규계약까지 전월세상한제를 확대 적용하거나 주변 시세를 반영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임대료를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표준임대료 도입 등 임대차 3법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상당한 기간 야당 설득이 필요한 임대차 3법 손질을 장기 과제로 남겨두고, 다른 임대차 시장 관련 법률부터 우선 정비하는 단계적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새 정부는 무너진 등록임대주택 시장을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등록임대사업제 부활이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한 집주인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당장 8월부터 새로 계약을 앞둔 임대차 시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 시장은 경제 상황보다 공급량 등 수급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민관이 합심해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 민간 임대 시장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계약 당사자 사이의 자율성과 유연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셋값 안착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공인중개사협회장 “임대차 3법, 집주인·세입자 모두 보호 못받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임대차 3법만큼은 폐지 또는 전면적 수준의 개정을 해야 합니다.”

 

이종혁(사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1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의 정권교체를 이끈 민심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윤 당선인과의 간담회에서도 임대차 3법 개정을 포함한 과도한 시장 규제 완화 필요성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는 “임대차 3법은 시장의 현실을 모르고, 과한 규제를 하면서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기존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보완 입법하는 식으로 세입자 보호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는데, 임대료를 묶고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무리한 조치를 하면서 정작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다주택자가 전세로 주택을 제공하면서 주거복지에 기여한 측면이 있는데, 지난해 양도소득세 중과율까지 인상되면서 다주택자를 죄인으로 몰아갔다”며 “차기 정부가 임대차 3법 폐지·축소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빨리 해결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 이치와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원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시장경제체제에서 대부분의 재화는 시장의 힘을 거스르기 힘들다”며 “원 후보자가 언급한 대로 시장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친화적인 정책을 펼친다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정부 정책을 보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처럼 부동산 중개는 공인중개사가 전담할 수 있도록 ‘실거래 신고 독점권’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중개사가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시장교란 행위 감시와 소비자 권익 보호 등 공적 역할에 매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인중개사의 자정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공인중개사법이 시행된 지 36년째가 됐지만, 일부 구성원의 몰지각한 행동이 발생하고, 공인중개사 중심으로 온전히 중개시장을 관리하지 못한 점은 반성이 필요하다”며 “비개업자도 공인중개사 자격 유지를 위한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단순 중개 외에 금융·부동산 관리 등 종합 컨설팅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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