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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유튜버 할아버지… 법조경험 사회 환원하고파”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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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10 23:00:00 수정 : 2022-04-10 2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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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출신 1호 유튜버’ 박일환 변호사

34년간 법원에 헌신… 3년전 첫영상
법률 상식·새로운 판례·쟁점 등 소개
2020년 구독 10만 넘겨 실버버튼도
“좋은 법 만들고 지키면 세상 편해져
신뢰 바탕으로 한 입법이 가장 중요”
‘대법관 출신 1호 유튜버’ 박일환 변호사가 지난 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활동의 즐거움, 사법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일반 국민들에게 법과 변호사는 멀고도 가까운 존재다.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할까. 박일환(71·사법연수원 5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1970년대 변호사 시보를 할 때 선배 변호사가 하신 말씀”이라며 “변호사는 법원·검찰 등을 오가며 걷고, 법정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법관을 설득하기 위해 서면을 작성하는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지난달 중순 그의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 법률 상식’에 올린 영상에서다.

2006∼2012년 대법관을 지낸 박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1호 유튜버’로 활동하며 여느 전직 대법관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1호라는 건 큰 의미가 없고 오래 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가만히 있으면 구독자가 줄더라.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박 변호사가 딸의 권유로 유튜브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 2018년 12월24일 첫 영상을 올린 이래 매달 영상 두세 개를 꾸준히 올리며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34년간 법원에 몸담았던 그만의 사회 공헌 활동이다. 2020년엔 구독자 10만명을 넘어 실버 버튼을 받았다.

“사회에서 오래 (활동) 했으니까 이때까지 내가 경험한 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 그런 뜻으로 하는 거죠. 여러 가지 법조 생활, 새로 나온 대법원 판례, 일반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법률적 지식이랄까, 쟁점 소개 위주로 합니다. 댓글은 다 봅니다.”

지난해 저서 ‘슬기로운 생활 법률’도 펴냈다. 속표지엔 자필로 ‘좋은 법을 만들고 모두가 잘 지키면 세상이 편해진다’고 썼다. 입법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요즘 국회에서 정쟁으로 법을 만드니까 좋은 법이 잘 안 나옵니다. 다수결에 의해 우격다짐으로 법을 통과시키니 법을 시행할 때 문제점이 자꾸 나오잖아요. 임대차보호법도 오히려 (임차인) 보호가 안 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거죠. (의원들이) 서로 신뢰를 갖고 충분히 토론해 법을 만들면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해소됩니다.”

최근 법조계 이슈 중 하나인 촉법소년(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 연령 하한에 대해서는 “큰 의미가 있겠나 싶다”며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지금은 한 학급에 20명도 안 되니까 학교에서 관심을 갖고 지도를 잘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사실 소년범 수가 2000년 이전보다 많이 줄었어요. 형법학자들이 몇백년간 노력했는데 처벌이 무서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거잖아요. 국민들은 ‘나쁜 짓 했으면 엄격히 처벌해야 다시 그런 짓 안 하지’ 하는데, 경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으로 대표되는 사법 불신을 두고는 “판사가 그런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사법 신뢰에 부정적인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다음 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논의되는 사법 개혁과 관련해서는 “법원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법원은 지금 무엇을 개혁해야 할지 자체가 애매해 개혁하기 참 어렵습니다. 제가 (법원에) 있을 때도 대법원만 갖고 사건 적체를 어떻게 할 것이냐 했는데 지난 10년간 아무런 진전이 없었어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어느 것도 과반수 지지를 못 받기 때문이죠. 판사들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어요.”

또 다른 현안인 검찰 개혁을 두고는 “검찰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 검찰이 하던 일을 누구에게 줄 것이냐 하는 문제가 해결이 안 돼 있다”며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선 “연구가 안 된 상태에서 만들어 놓으니 어정쩡한 것”이라면서 “어떻게 발전적으로 만들 것인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는 7월10일이면 그가 법원을 떠난 지 10년이 된다. 소회를 묻자 “‘법원 물을 빨리 빼야 남은 인생을 또 살지, (전직 대법관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녀서야 되겠냐’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유튜브 하는 할아버지다, 그렇게 보는 게 좋지. 과거에 매여서 살면 안 되죠. 남의 눈치를 안 보고 간섭받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재밌고 신기하기도 해요. 새로운 걸 알아 가는 게 좋아요. 우리 때와 달리 지금은 직업이 다양하잖아요. 내가 (젊은 세대라면) 어떤 직업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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