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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으로 호르몬 급변… 女가 男보다 갑상선질환 더 취약

입력 : 2022-04-11 01:00:00 수정 : 2022-04-10 22: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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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0명 중 7∼8명이 여성
갑상선호르몬 과다·과소 분비 이상
80∼90%가 자가면역질환서 유발
큰 호르몬 변화가 면역체계 영향
기능저하증 10년새 68% 급증해
방치 땐 심혈관질환 유발 가능성
미역·김 등 챙겨먹을 필요는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회사원 이모(42)씨는 최근 자주 피로감을 느꼈다. 날이 포근해지면서 춘곤증이라고 생각했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사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체중이 줄고, 잠도 쉽게 이루지 못하면서 병원을 찾았다. 의사 진단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 이씨는 “오전 기온은 아직 쌀쌀하다고 하는데, 몸에서 열이 나고 남들보다 더위를 심하게 느껴 손선풍기를 늘 가방에 넣고 다닐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갑상선 기능 이상은 우리 몸 에너지대사를 조절하고 성장, 발육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혹은 과소 생성되면서 발생한다. 과다 생성으로 인한 것이 갑상선 기능 항진증, 과소 생성으로 인한 것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다. 여성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항진증 환자(26만2779명)의 70.8%(18만6056명), 저하증 환자(59만8987명)의 83.4%(49만9524명)가 여성이었다.

 

◆갑상선 호르몬 과다·과소 분비로 인한 기능 이상

 

갑상선 호르몬이 과잉 상태가 되면 체내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활발해진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들이 땀을 흘리거나 더위를 참지 못하고 식욕이 증가해 음식 섭취가 늘어나는 이유다. 그러나 에너지 소모 역시 증가해 체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심리적으로 예민해지고 불안감이 커진다. 집중력 저하로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이런 에너지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열 발생이 줄어서 피로감과 추위를 많이 느끼게 된다. 땀이 잘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하고 머리카락이 잘 부서지고 많이 빠진다. 손발이 붓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심하면 기억력 쇠퇴 등 인지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은 ‘자가면역질환’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진증의 90%는 그레이브스병, 저하증의 80% 정도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인한 것이다. 호르몬 생성을 촉진하는 항체가 존재(그레이브스병)하거나 호르몬 생성을 차단하는 항체가 존재(하시모토 갑상선염)하는 셈이다.

 

노원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김효정 교수는 “여성에서 갑상선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여성호르몬의 직접적인 작용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여성이 생리, 임신, 출산, 폐경 등 일생 동안 남성보다 호르몬 변화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갑상선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고, 자가면역질환에 더 취약한 여성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자가면역성 갑상선질환은 유전적 소인이 약 70∼80%, 환경적 요인이 20∼30% 정도다. 김 교수는 “갑상선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적 소인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극심한 신체·정신적 스트레스, 흡연, 환경호르몬, 요오드(아이오딘) 섭취 부족 혹은 과다 등은 조절이 가능한 요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저하증은 소금, 미역, 김 등 요오드 더 챙겨야? No

 

갑상선 기능 이상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갑상선 기능 저하의 경우 2011년 35만5759명에서 지난해 59만8987명으로 68.4%가 늘어났다. 최근 갑상선암이 늘면서 절제 수술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생명과 직결되는 질병은 아니라며 갑상선 기능 이상을 가볍게 여기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방치 시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항진증의 경우 부정맥이나 심부전, 저하증의 경우 콜레스테롤 상승에 따른 동맥경화 위험 등이 존재하는 만큼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치료는 간단한 편이다. 약물로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하기 때문에 꾸준히 약만 먹으면 평생 재발 없이 살 수도 있다. 갑상선호르몬 보충제를 먹으면 골다공증이 유발된다는 얘기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김 교수는 “갑상선호르몬제를 보충하면서 정상 갑상선 기능을 유지하는 환자에서 골다공증이 발생한다는 보고는 없다. 다만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면서 갑상선 수치가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거나 낮게 유지되는 경우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혈액검사 측정이 정기적으로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 약물치료가 우선되지만, 잦은 재발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환자에 한해 방사성 요오드 치료와 수술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약물치료 시 대부분이 3∼6개월 이내에 정상 갑상선 수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갑상선 기능 이상과 관련해 가장 많은 오해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들은 소금과 미역, 김 등 요오드가 많이 포함된 음식을 챙겨 먹어야 좋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원인은 요오드 부족보다 자가면역항체에 의한 갑상선염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분석한 2020년 국내 보고에서도 요오드가 부족한 국민은 12%인데, 섭취가 적절한 경우 23%, 과도한 경우는 65%에 달하므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고 해서 요오드를 의도적으로 더 챙겨 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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