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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씩 빠지는 김대리… "건보 적용, 왜 안 되나요?"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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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08 20:47:14 수정 : 2022-04-08 22: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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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원인 가족력·노화… 최근엔 스트레스·식습관도 큰 영향
2020년 남성 13만명·여성 10만명… 30대 22%로 최대

1인당 진료비 16만여원… 매년 증가속 보험적용 대선공약 등장도
미용·성형과 형평성 논란… “사회적 합의 등 과제”

최근 샤워를 한 뒤 화장실 배수구를 내려다보고 식은땀이 흘렀다. 한눈에 보일 정도로 머리카락이 한 움큼이나 빠져 있었다. 대학시절 M자 탈모 때문에 소개팅에서도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녔던 친구가 떠오르고, 최근 옆머리가 듬성듬성 시원해보인다는 아내의 농담이 귓가에 맴돌았다.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한 해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탈모증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뉴스를 보며 ‘나도 그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위안해 보지만, 그런다고 내 머리카락이 늘어날 리는 없다. 풍성한 머리털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수북이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면 고개가 푹 수그러든다.

 

요즘 30·40대 남자가 둘 이상이 만나면 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정치, 주식, 부동산, 그리고 ‘탈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증 환자는 2020년 기준 23만3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시대 탈모인들의 소망인 보험급여 적용은 여전히 다른 나라 이야기다. 대선공약으로까지 등장한 보험급여 적용은, 탈모 치료제가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지와, 또 다른 미용·성형이나 피부과 치료와의 형평성 논란 속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탈모의 원인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20대부터 탈모를 겪은 대기업 과장 심원기(37)씨는 결혼에도 성공하고, 아이까지 생겼지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심씨는 “아저씨가 되니 사실 외모에 큰 관심은 없지만 아이에게까지 탈모가 유전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탈모의 원인을 유전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모두 탈모로 고생했기 때문에 아이도 유전적으로 탈모일 확률이 높다고 믿고 있다.

동갑내기인 사업가 강범준(37)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쌍둥이다. 강씨는 ”쌍둥이 형은 상대적으로 탈모라고 보기 힘들지만 나는 사업을 하면서 얻은 스트레스 때문에 2년 사이 급격하게 M자 탈모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적으로 탈모란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부위에 비정상적으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빠져 없어지는 현상이다.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은 임신 9주차의 뱃속 태아 때 생긴 뒤 평생에 걸쳐 줄어드는데, 보통 30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감소가 시작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 같은 탈모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가족력과 노화, 그리고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이 중 유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안타깝게도 부모 중 한 명이라도 가족력이 있다면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습관과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한 탈모 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피부과 양준모 전문의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콜레스테롤 과다 섭취, 과도한 다이어트 등이 대표적인 탈모 원인으로 꼽힌다”며 “수면 부족,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등도 모발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사회생활에서 외모가 중시되면서 선제적인 탈모 치료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또한 환자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여기에 탈모에 대한 두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 환자가 증가했다는 게 양 전문의의 진단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6~2020년 탈모증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에 따르면 탈모증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6년 21만2000명에서 2020년 23만3000여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 시기 인구 10만명당 탈모증 진료인원은 454명으로 8.6% 늘어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2020년 기준 남성 탈모 환자가 많지만, 사회 통념과 달리 여성의 숫자도 적지 않다.

 

23만여명 중 13만여명이 남성, 10만명이 여성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22.2(약 5만1751명)로 가장 많았다. 40대 21.5(5만38명), 20대 20.7(4만8257명), 60대 7.9%(1만8493명)가 뒤를 이었다. 30대만 돼도 탈모 걱정이 크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늘어나는 탈모 진료비, 보험적용은 여전히 바람

 

원형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서른 살 박진형씨는 “(탈모치료제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부담이 된다”며 “비싼 모발이식은 엄두도 안 나 속상하다”고 말했다. 26살부터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그는 “나라에서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탈모가) 질환이 아니라고 하는데 실제 탈모를 겪는 이들에게는 질병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어디 박씨뿐이겠는가. 탈모 진료환자 증가와 함께 이들이 지출하는 진료비와 치료비도 늘고 있는 추세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환자 1인당 진료비는 2016년 12만6000원에서 2020년 16만6000원으로 31.3% 증가했다.

 

탈모 진료를 본 환자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처방은 치료제다. 이식 수술과 비교했을 때 부담이 훨씬 작기 때문이다. 작다고는 해도 탈모 치료제는 비급여 항목이라 건강보험 적용 없이 100% 환자가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경우 통상적으로 약값의 30%를 환자가 지불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대선에서 탈모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공약까지 나왔고, 이목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수급비 대상 항목으로 지정해 탈모 치료의 부담을 완화해주겠다고 밝혔다. 낙선으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당시 공약은 탈모인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지금도 일부 탈모 환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기는 하다. 탈모 환자 중에서 병적 탈모, 즉 지루성 피부염에 의한 탈모나 스트레스성 탈모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노화나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한 탈모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따라 요양급여대상에서 제외된다.

 

탈모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치료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탈모 치료제가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다른 미용·성형이나 피부과 치료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전 후보가 탈모 관련 공약을 발표했을 당시 “생명과 건강에 직접 관련성이 낮은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재정을 지출한다면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적으로 죽고 말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수준은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진행되야한다”고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서울대병원 피부과의 권오상 교수는 ”새로 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더 걷지 않는 이상 다른 분야에 사용되던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일부에서는 (탈모와) 비슷한 유형임에도 보험 적용을 받는 질환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모치료 빠를수록 모낭 기능 살릴 수 있어”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치료나 예방법에 대한 다양한 속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손꼽히는 탈모 전문의인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사진)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치료·예방법을 믿지 말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하루라도 빨리 정확한 검사를 받으라”고 조언한다.

 

8일 권 교수는 “탈모 치료는 초기부터 가능한 한 일찍, 모낭이나 두피 상태가 정상적일 때 시작해야 한다”며 “치료가 빠를수록 모낭 기능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안드로겐탈모증·원형탈모증·휴지기탈모증과 소아에서 발생하는 원형탈모증·선천성탈모증, 두피에 나타나는 지루성피부염·모낭염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국내 탈모명의로 꼽힌다. 그는 최근 국내 탈모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고령화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서양인의 경우 50대부터 탈모 증상이 많아지는데, 동양인의 경우 70·80대 들어 탈모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진단이다.

 

권 교수는 “초기에는 탈모가 천천히 진행되지만, 노년기에 가속화된다”며 “국내 역시 수명이 늘고 있어 탈모 환자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채식 위주였던 한국인의 식단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형태로 점차 서구화되는 등 식습관 변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습관 변화도 탈모 환자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

젊은 탈모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빨라진 사춘기와 과체중을 꼽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4년간 10대 탈모 환자는 약 1만7000명으로 전체 탈모 인구의 약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남성형 탈모의 경우 대부분 사춘기로부터 10년 정도 지난 뒤 발생하는데, 이 시기가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며 “여기에 과체중과 비만으로 인해 탈모 가속화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체중 관리와 흡연 등 환경적 요인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중이 늘면 탈모를 악화시키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탈모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본인에게 적합한 표준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모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노화를 늦추는 식품들을 먹으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식단 관리, 특히 항산화제나 항산화 성분이 많은 식품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권 교수는 꾸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모가 진행되면 회복되더라도 일단 변화가 있기 때문에, 상태가 좋을 때 잘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탈모에 좋다는 여러 방법들을 무작정 시도하기보다는 흡연과 비만, 불규칙적인 수면 등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위험요인을 피하는 것이 더 쉽고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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