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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으로 떠나는 소주 여행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2-04-09 19:00:00 수정 : 2022-04-11 14: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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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동 관광두레 제공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전통소주라면 뭐가 떠오를까? 아마도 안동소주(사진)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을 것이다. 이미 고려시대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안동 장씨가 기록한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및 조선 전기 안동 일대 양반가의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수운잡방(需雲雜方), 그 외 온주법(蘊酒法) 등에서도 다양한 소주 레시피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동소주가 본격적인 제품으로 알려진 것은 1920년대. 안동의 심벌인 제비원 석불의 이름을 딴 ‘제비원표 안동소주’가 출시되고 해외로 수출까지 하게 되면서 한반도에 명성을 떨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안동소주가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무려 9곳에서 안동소주를 만들고 있으며,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탁주 원액을 증류한 민속주 안동소주는 특유의 진득한 맛과 긴 후미를 가지고 있으며, 청주를 증류한 명인 안동소주는 보다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진맥 소주는 특유의 밀 맛이 텍스처를 가지고 있는데, 마치 밀맥주에서 나오는 감귤계의 향과 고소한 빵 맛이 느껴지는 맛이다. 기존의 희석식 소주와 달리 각각 원재료의 맛을 자랑할 수 있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안동에는 안동소주와 잘 맞는 음식도 많다. 안동찜닭, 그리고 워낙 제사가 많아서 제삿밥과 같은 음식이라는 헛제삿밥, 동해에서 잡은 고등어를 잘 저장하기 위해 소금 간으로 처리한 간고등어, 그리고 문어숙회 등이 유명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안동소주와 최적의 궁합은 문어라고 말하고 싶다.

내륙지방인 안동이 해산물인 문어로 유명해진 배경은 독특하다. 일단 동해에서 잡힌 문어는 내륙인 안동으로 오기에 저장성이 좋았다. 다른 생선에 비하면 잘 상하지 않는다. 여기에 문어는 양반들 글쓰기에 필수품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먹물이다. 게다가 문어는 빨판까지 가지고 있었다. 안동 양반들에게 인생 최대의 목표인 과거급제에 붙는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펼치게 했다. 그래서 글월 문(文)을 넣어 문어(文魚)라고 할 정도였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안동소주와 문어의 조합은 숙취예방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술을 마시게 되면 다음날 간의 회복을 도와야 하는데 그것을 돕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가 타우린이다. 그런데 이 성분이 문어와 같은 연체동물에 많이 있다. 문어를 먹고 원기회복을 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문어숙회로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맑은 탕으로 함께 즐기니 속이 더욱 편안해졌다.

여기에 명인 안동소주 및 민속주 안동소주, 맹개 술도가의 진맥 소주 등은 견학 및 체험도 가능하다. 명인 안동소주는 하회마을과 가깝고, 맹개 술도가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민속주 안동소주는 전통음식박물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안동 시내와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물론 사전에 예약은 필수다.

안동은 안동소주 말고도 유명한 술들이 많다. 낙동강이 감싸 돈다는 의미의 회곡 막걸리, 한옥에서 즐기는 안동 맥주 등도 지역을 나타내는 중요한 콘텐츠다. 기회가 된다면 안동 여행은 꼭 추천해 보고 싶다. 맛은 물론 멋까지 알려준 소중한 곳이기 때문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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