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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표 악화 속 尹공약 이행 266조 필요… 딜레마 풀기 고심

입력 : 2022-04-06 06:00:00 수정 : 2022-04-06 07: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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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검토 재정건전화 방안은
병사월급·부모급여 등 공약 200개
손실보상 50조원 추경안 1차 난관
내수활성화용 국채발행 불가피해
규모보다 속도조절 필요 목소리

공약 수정·축소 땐 지방선거 역풍
재정정책 패러다임 민간주도 구상
GDP 성장전략 바탕 기업투자 유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약속했던 대규모 ‘퍼주기 공약’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공약 이행에 대한 접점을 찾아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서다. 추가경정예산(추경) 50조원을 포함해 임기 5년간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이 266조원에 달하고, 대표적인 현금 지급 공약인 부모급여 지급, 노인 기초연금 인상, 병사월급 인상에만 총 68조1000억원이 소요된다는 추계가 있는 만큼 인수위 안팎에서는 공약 수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국가부채 증가 속도 조절 및 국내총생산(GDP) 성장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가 국채발행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지만 국채발행에 의존한 문재인정부와 달리 지출 구조조정과 세입 증가분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약이행 위해 266조원 필요… 50조 추경안 처리 1차 시험대

 

새 정부에겐 당장 코로나19 대책 관련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 추경안 처리가 1차 난관이다. 50조원 규모 추경은 윤 당선인은 물론 경쟁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도 대선 기간 공약했던 사안이다. 전형적인 민생 관련 사안으로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국회 문턱을 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만큼 재정적자를 확대해 경제 전반에 걸친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이 대선 기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200개 국정 공약 이행 소요비용은 266조원에 달한다. 기초연금 인상 35조4000억원, 병사월급 인상 25조5000억원, 생계급여 확대 7조7000억원, 부모급여 7조2000억원, 수도권 GTX(광역 급행열차) 5조원, 국민안심지원제도 4조원 등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선 “내부 조율 과정에서 일부 공약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공약 수정이나 축소는 스스로 선심성 공약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이날 정책 의총을 통해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사병월급 인상 등 여야 대선 공통 공약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회 논의가 본격화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및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은 국가채무 비중을 45% 이하로 유지하되,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세계잉여금으로 상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리재정수지의 적자는 2∼3% 이하로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감세와 기초연금 인상을 강조한 점, 추경 등 대규모 정부 지출이 예정된 점 등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간사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부채 높은 건 아니지만 증가 속도 낮춰야”

 

국민의힘 측 한 인사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현 국가부채 비율에 대해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이라며 “부채가 높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채발행을 안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현 정부처럼 국채를 과다하게 발행하지는 않고 (발행) 속도를 조금 지연시켜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국가부채 규모 자체보다 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가 더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인식은 인수위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차기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내수 활성화를 위한 일정 수준의 국채발행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어쩔 수 없는 국채발행이 있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만 인수위는 재정정책 패러다임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GDP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를 통해 개선된 거시 경제 지표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확장 재정정책도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전날 “코로나19 때문에 세계적으로 전쟁을 하고 있다. 위기 대응을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이나 금융이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대한민국의 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건전성을 가져가야 하고, 단기적으로도 최대한 차입이 아닌 지출 구조조정 등이 우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당선인 새 대변인에 배현진 배현진 신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왼쪽)이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취재진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대변인에서 물러난 김은혜 의원. 인수위사진기자단

◆인수위 “재정준칙, 중요하게 다룰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국정과제로 ‘재정준칙’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가 최근 윤 당선인에게 보고한 국정과제 후보 요약본에도 재정준칙 도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1년 안에 책임 있는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가 채무를 관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당선인에게 보고한 국정자료 보고는 한 페이지 정도 짧은 내용인데 그 항목 중 하나로 재정준칙이 언급됐다”며 “국정과제 선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5년간 재정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게 사실이고 새 정부가 그 부담을 그대로 안고 시작하게 돼서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페이스북에서 “정부 여당(더불어민주당 등)은 2025년 시행을 목표로 한국형 재정준칙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경제전망, 재정준용의 책임성, 재정통계의 투명성으로 책임 있는 재정준칙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배현진 신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재정준칙이란 국가채무 등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이 도입했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202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 재정수지 적자 비율 3%, 국가 채무 비율 60% 유지’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재해나 경기침체 시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을 두면서 유명무실 우려가 나왔다. 차기 정부에 제약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야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강조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새 정부는 문재인정부에서 사실상 좌초된 ‘홍남기표 재정준칙’이 아닌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부총리로 유력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국가채무비율 45% 이하,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하 유지’를 규정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2020년 6월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류성걸, 송언석 의원도 각각 정부안보다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올해 1차 추경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3%로 이미 법안에 담긴 기준을 넘어서면서 기준을 재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적극적 재정 지출이 불가피한 윤 당선인의 각종 지원 정책과 이를 제약할 수밖에 없는 재정준칙 도입이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인수위가 유예 기간을 두고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민영·이강진·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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