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국민의힘 안티 페미니즘 부추겨”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 국제규범에 명시
인수위 공약 이행 방침에는 변화 없을 듯

115개 국제시민사회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여성인권의 심각한 퇴행이라며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에 따르면 여성주요그룹(Women's Major Group), 국제여성연합(International Alliance of Women), 평등과 연대를 위한 아랍 여성 네트워크(Arab Women's Network for Parity and Solidarity) 등에 속한 115개 국제시민사회단체는 합동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한국 대선과 관련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선거 과정에서 한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대신, 안티 페미니즘 백래시(backlash·반동) 정서를 부추기고 이를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부 조직 개편안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는 현재도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전혀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아시아태평양 그룹 의장이자 유엔인권이사국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성평등 규범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 한국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현실화한다면 이는 여성인권의 심각한 퇴행”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보장받는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의 필요성’은 이미 1995년 한국을 포함한 189개국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던 국제규범인 ‘베이징 행동강령’에 명시돼있다”며 “한국은 각종 경제사회 지표에서 선진국의 위치에 있지만, 여성인권의 측면에 있어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성평등 증진의 책무자로서 역할을 인지하고, 여가부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며 “여성인권 증진에 관한 수많은 변화를 만들어온 용기 있는 한국 여성들을 깊이 존경하고 응원하며, 앞으로도 성평등 실현을 위한 이들의 활동에 계속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여가부의 그동안 노력이 오해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도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여가부의 소명을 다 하겠다”며 윤 당선인 ‘여가부 폐지’ 공약에 처음으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올바른 지적은 달게 받아야 하나, 여가부의 그동안의 노력이 오해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권력형 성폭력 사건 대응과 관련해 여러 차례 사과했음에도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가부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률 지원, 제도 개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을 하는 등 보람 있는 성과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앞서 수차례 여가부 폐지가 확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여가부 폐지를 그대로 추진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공약인데 그럼”이라고 답했다. 인수위는 지난달 25일 여가부 업무보고를 30분 만에 끝내기도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최근 여성단체와 청소년·가족단체 등을 잇달아 만나 여가부 폐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여가부는 2001년 생긴 이래 참 많은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시대도 변하고 역할도 변하는 것이 정부 조직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의 역할이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바르게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인수위 역할”이라고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