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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재검토에… MZ세대 “전월셋값 또 오르나” 혼란

입력 : 2022-03-31 19:06:50 수정 : 2022-03-31 2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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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자가… 81.3%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5%인상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 사라질 판”

“계약 갱신율 늘고 세입자 부담↓”
시민단체, 임대차법 필요성 주장

전문가 “현행법 전세난 부작용도
월세 부담 줄일 근본대책 필요”

“보증금 5%만 올려도 700만원이에요.”

직장 생활 3년차로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 A(31)씨는 얼마 전 집주인과 전세 재계약을 의논하다 5%를 올려달라는 요구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A씨가 사는 5평짜리 오피스텔의 전세 보증금은 1억4000만원가량으로, 5%만 인상해도 700만원가량을 더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소 늦은 취업으로 아직 다 갚지 못한 학자금 대출 상환에다 부모님 용돈까지 챙기는 박씨에겐 적잖이 부담되는 액수다.

A씨는 “기존의 전세 보증금도 대출로 충당했는데, 인상액을 충당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2년마다 5%씩 인상하면 결국 월세살이를 하게 될 것 같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임대차 3법’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전월세 비중이 높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청년세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전월세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청년세대에겐 임대차 3법이 세입자로서 그나마 권리를 보장받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임대차3법이 무력화하면 매년 지금보다 많은 보증금 증가분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31일 통계청의 ‘MZ세대의 생활환경: 생활비 원천, 주거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혼자 사는 MZ세대의 81.3%가 전세나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자가에 거주하고 있는 MZ세대는 12.7%에 불과하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으로 이들의 경제적 자립은 더 늦어지는데, 집값은 꾸준히 오르면서 전월세 비중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원룸이나 소형 오피스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1인 가구의 많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공급자가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공급자들로선 은행 금리가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세보다는 월세를 훨씬 선호하는 상황이다. 청년세대들의 재정적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소형 오피스텔 전세 매물을 구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서울에서 원룸이나 소형 오피스텔은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며 “구한다고 해도 5평짜리 오피스텔을 보증금 2억 안팎을 줘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보다는 수요가 더 많기 때문에 전세 보증금을 2년마다 인상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청년세대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변현준(21)씨는 “지난해 말 5평짜리 반지하 원룸을 가까스로 구했는데, 1억원 이하의 전세는 사실상 조건을 따질 형편이 못 된다”며 “운 좋게 집을 구했지만, 임대차 3법이 완화되면 청년들이 잠잘 수 있는 집은 더 줄어든다”고 호소했다.

직장인 김의정(29)씨는 “2년마다 보증금을 올려 계약을 연장하거나, 2년마다 이사 갈 집을 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전제로 최소 4년을 보장받아야 청년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지난 30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임대차 3법 폐지·축소 및 민간임대사업자 활성화 정책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 위원장은 “지금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청구하려 하면 집주인들이 모르쇠로 대응하는 경우가 잦다”며 “임대차 3법은 세입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 이마저도 사라지면 세입자는 임대인의 갑질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법 개정으로 계약 갱신율이 높아지고, 갱신계약의 77% 이상이 임대료를 5% 이하로 인상하는 등 세입자 부담이 완화됐다”며 “개정 후 급격히 상승하던 전월세 가격이 일정 정도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년세대들이 겪는 부동산 시장 문제의 본질은 급격히 오른 가격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대차 3법은 결국 전세가 부족해진 시장에서 필요한 장치일 뿐, 집값 안정에 도움 되는 정책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은 “임대차 3법이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전세난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온 측면도 있다”며 “근본적으로 집값을 진정시키면서 청년들의 월세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구성·장한서·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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